(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중간선거 이후 안정을 찾던 미국 증시가 돌연 2% 이상 폭락한 것은 애플의 실적 우려와 달러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주가 폭락은 개별 기업 애플의 실적 둔화 우려로 촉발됐지만, 이외에도 글로벌 성장 둔화, 기업이익과 무역전쟁 우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 애플·골드만, 개별 기업 악재 줄줄이

이날 주가 폭락을 촉발한 것은 미국 주요 기술주 애플에 대한 부정적 뉴스였다.

애플 주가가 납품업체의 실적전망 하향 소식에 5% 이상 급락하면서 글로벌 성장 둔화와 기업 실적 고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재확인시켰다.

이날 아이폰X의 3D 센서 레이저 제조업체인 루멘텀홀딩스는 실적전망을 하향하면서 자사 회계 분기 2분기에 한 대형 고객사가 납품을 줄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대형 고객사를 애플이라고 지칭하지 않았으나 회사의 매출 30%는 애플로 인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을 애플로 추정했다.

지난 5일 애플이 자사의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신형 '아이폰XR'의 생산라인 확대 계획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터진 악재라 시장은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받아들였다.

이날 애플 아이폰의 LCD 스크린을 제조하는 재팬 디스플레이도 실적전망을 하향했다.

웰스파고는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 수준(market perform)'으로 제시하며 "투자자들은 루멘텀의 실적 가이드로 애플 주문이 최대 3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 이외 골드만삭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 주가 하락도 시장에 압박을 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1말레이시아개발회사) 사기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며 7% 이상 급락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스캔들로 기소될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금융업자이자 1MDB 전직 관리인 '로 조'와 두 차례 회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 비관론 확산…'성장둔화, 기업이익·무역전쟁'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와 기업 이익 전망 하향, 무역 전쟁 우려 등으로 시장이 취약해지면서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주식 보유량이 장기 전략 배분을 웃돌 경우 위험을 축소하라"라고 조언했다.

회사는 "경제와 실적전망이 고점에 이르렀을 수 있으며 고용시장은 계속 타이트하다. 이는 임금을 끌어올려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 지수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글러스킨 쉐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2016년과 달리 더 이상의 세금 감면은 기대할 수 없고, 규제 완화 모멘텀은 하원에서 둔화하거나 정체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추수감사절까지 하락할 경우 이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는 매우 강한 약세장 신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젠버그는 지난주 9일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이는 기관들이 저가에 매수하기보다 더욱 강하게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고, 무역전쟁에 대한 기업들의 비관론이 확산하는 것은 모두 기업들의 내년 전망을 암울하게 만든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수석 전략가는 "그중 많은 부문이 관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무역전쟁은) 불확실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선거가 끝난 가운데 다행히 이달 말에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 달러 강세도 한 몫…기업 수익에 부담

달러화의 빠른 상승도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달러지수는 지난 한 주간 1.4% 올라 거의 17개월래 최고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달러 강세는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하락한 것에 영향을 받았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계속된 금리 인상 등도 달러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론 수석 전략가는 "S&P500지수 실적의 40%가 해외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는 주식시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달러가 미국 밖의 많은 국가의 성장둔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라며 글로벌 성장둔화에 장기적으로 미국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달러의 최근 강세는 연준 때문이라며 12월에 이어 연준이 앞으로 몇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 달러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는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라며 "사람들은 실적이 고점에 다다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달러는 이러한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투자책임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강달러를 실적 둔화의 이유로 꼽았다며 이는 실적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에 "또 다른 한 부문"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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