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대출이 막힌 은행들이 채권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高)DSR의 기준선을 70%로 정했다.

가계대출의 원리금 합계가 연소득의 70%를 넘어서는 대출을 고DSR로 분류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고DSR 대출을 전체 대출의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율은 3% 내로 둔화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은행에서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생기는 것으로 수급 측면에서 봤을 때 채권시장에 좋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 증가율과 채권 투자는 역관계를 나타낸다. 2016년 이래 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횡보했고, 같은 기간 은행의 유가증권 규모는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대출이 줄면 은행채 발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발행이 줄어든다는 것도 결국은 채권 매수와 비슷한 효과"라고 말했다.

대출이 줄면 대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발행이 감소하면 채권 시장에서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은행은 대출 감소에 따라 다른 채권보다 5년물의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연구원은 "은행들의 부채 듀레이션은 약 2~3년"이라며 "은행들은 기조적으로 1년 국공채를 매수하고 있는데 5년물을 사면 듀레이션을 2~3년으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LCR 규제가 강화되면서 1년물에 대한 수요를 늘려오고 있다.

LCR 규제는 은행이 유동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30일간 지속되는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금화가 용이한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 연구원은 "수급 한 가지만 가지고 시장 방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며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고 생각할 때 수급 개선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 대출의 감소가 채권 매수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 예전만큼 조달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여유 자금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채권 매수를 할 필요성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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