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국제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증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와 맞물리며 지난해 깨지는 듯 했던 '유가 하락=주가 하락' 공식이 다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WTI는 전일보다 0.26달러(0.4%) 떨어진 5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11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1984년 이후 34년 만에 최장 기록을 세웠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70달러선을 위협받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은 기업의 투자 및 소비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뜻으로,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해석될 때가 많다.

지난 2015년 배럴당 60달러대였던 WTI가 2016년 초 25달러대까지 폭락했을 당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지수는 440선에서 300 초반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주가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지난해 깨지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WTI가 연초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MSCI 글로벌 지수는 11% 올랐고, 같은 기간 코스피도 18% 상승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주가 하락' 공식이 깨진 이유를 수요 부진이 아닌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가 하락도 공급 과잉에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맞물리며 증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 과잉 측면에서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를 강하게 비판하며 OPEC 국가들의 감산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가 나오자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증산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원유 제재의 예외조치를 인정한 데다, 미국의 원유 재고까지 증가하며 국제유가가 지속적 하락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경기 둔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럽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3%와 1.9%로 하향 조정했다.

10월 중국 자동차 판매가 12% 급감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중국 경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국 경기 둔화에 경고를 내놓았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글로벌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선행조건 중 하나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이다"며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원유 수입국의 경우 유가 하락이 경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와의 상관성이 높아진 데다 증시 자체가 반도체와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편재돼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12월 열리는 OPEC 총회 결과를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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