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19일까지 개정 안 하면 주주권 발동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구은행이 DGB금융지주가 발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지주와 은행의 이사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와 육성을 지주사로 일원화하는데 대구은행이 반발하면서 금융권에선 지나친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전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요구한 사안을 검토하고 이달 19일까지로 지배구조 규정 개정 시한을 연장했다.

당초 DGB금융이 전 계열사에 요구한 규정 개정 시한은 15일까지였다.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등은 각각 이날과 15일 이사회를 열어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DGB금융은 지난 9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사의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에서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이전에는 20년 이상의 금융회사 경력이면 CEO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간주했지만, 앞으로는 이중 최소 5년 이상의 등기임원 경험과 마케팅, 경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이 CEO가 되도록 자격 요건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이러한 선진화 방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몇 가지 요구사항을 지주 이사회에 제시했다.

자추위나 인선자문위 구성에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가 동수로 참여하고, 은행장 자격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게 골자다.

은행 금융지주사 중 행장 추천권을 은행이 직접 갖는 곳은 전무하다.

KB·신한·하나·농협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모두 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자회사 CEO를 추천하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명시하고 있다.

은행 이사회는 지주에서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검토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한다.

하지만 은행장 후보군 추천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대구은행 이사회의 요구는 내부 출신으로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겠다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박명흠 대구은행장 대행을 비롯해 대구은행 현직 임원 중 5년 이상 등기임원 경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마케팅과 경영관리로 경력 분야를 세분화하면 현재 대구은행에 재직하고 있는 임원 중 차기 은행장이 나올 가능성은 더더욱 적어진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회장이 외부에서 오면서 은행장까지 내부 출신이 배척될 수 있다는 반감이 큰 상황"이라며 "지역 은행의 정체성 상 내부 출신이 은행장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주 이사회는 현직 뿐만 아닌 전직 임원들로 범위를 넓힌다면 은행장 후보군을 충분히 내세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대구은행장들의 평균 임원 경력도 8년 안팎인 데다, 기준 자체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19일까지 대구은행이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주주권 발동도 검토할 예정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뿌리 뽑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선 과거와 같은 인맥, 학맥에 의존하는 인사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19일이 사실상 최후의 통첩인 만큼 이후에는 주주권 발동을 위한 법적 절차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도 지배구조를 둘러싼 DGB금융과 대구은행 간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금융회사 사안이지만 지배구조 선진화는 새 정부 들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대구은행의 경영진 이슈는 금감원 차원에서도 조사됐던 사안인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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