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일본은행(BOJ)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이날 일본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 중심의 자산 규모는 553조5천920억엔(약 5천494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의 일본 GDP는 552조8천210억엔(약 5천493조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를 웃도는 규모다.

신문은 이런 변화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중앙은행이 채권과 주식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간 일본은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으로 통화 부양책을 펼쳐왔다.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명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으나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일본 국채 시장을 절반가량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거래가 줄고 변동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금융 위기 이후 일본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풀었으나 보유 자산 규모가 GDP의 30%를 넘어서지 않았다.

현재 연준은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데도 긴축을 준비하고 있다.

신문은 일본은행의 존재감이 주식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하지만 2010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왔다고 전했다.

연준과 ECB, 영란은행(BOE) 모두 금융 위기 이후 채권을 매수하면서도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결국 일본은행이 일본의 민간 기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면서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016년 9월에 수익률 곡선 조작부 양적·질적 완화(QQE) 정책을 시작한 뒤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늦춰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 일본은행의 자산 규모는 매년 70조~90조엔씩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34조엔 늘어나는 데 그쳐 연간 매입 계획인 80조엔을 크게 밑돌았다.

신문은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 때문에 시장이 펀더멘털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행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매슈스 아시아의 로버트 호록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한 만큼 오르지 않으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본 GDP와 일본은행 대차대조표 규모 추이 ※출처: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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