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에 경고를 내놓은 여파로 폭락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24달러(7.1%) 폭락한 5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12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OPEC 등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과 원유 공급 초과 우려를 주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은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오는 12월 열리는 산유국 회동에서 생산량을 다시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사우디가 증산 방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경고를 내놨다.

산유국의 감산 가능성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원유 시장 초과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OPEC이 산유량 증가 추세를 확인했지만, 수요 둔화 우려를 표한 점도 유가 하락을 가속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회원국의 10월 산유량이 하루평균 12만7천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산유량이 15만6천 배럴가량 줄었지만, UAE와 사우디 등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러시아의 10월 산유량도 하루평균 5만 배럴 늘었다.

OPEC은 반면 올해와 내년 산유량 증가 전망치는 또 하향 조정했다. 특히 내년 수요 증가 전망치는 기존보다 하루평균 7만 배럴 줄어든 하루평균 127만 배럴로 제시했다. OPEC은 지난 7월 이후 내년 산유량 증가 전망치를 매달 하향 조정하고 있다.

OPEC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수요 둔화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수유 전망 하향 조정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날 미국 내 7개 주요 셰일오일 지대의 산유량이 오는 12월에 11만3천 배럴 늘어난 하루평균 794만4천 배럴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했다.

반면 미국이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 등에 이란 원유 제재 예외를 인정하면서 이란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었다.

이는 원유 시장이 초과 공급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한층 키운 요인이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 제재 예외 조치 등에 따른 유가의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랙골드 인베스트의 게리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예외 조치로 OPEC을 궁지로 몰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 수출이 제로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하루평균 120~150만 배럴이 수출된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윌리엄스 마켓 애널리틱스의 오웬 윌러엄스 창립자는 "투자자들이 유가를 얼마나 더 끌어내릴지 기술적인 레벨을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은 과열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둔화는 아직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초과 공급 공포는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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