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3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국제유가의 폭락 등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라 하락 마감했다.

미 국채 가격은 주가 부진에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며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브렉시트 기대와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에 경고를 내놓은 여파로 폭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1% 폭락한 5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치며, 최근 1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과의 무역 대화를 재개했다고 밝히면서 "이는 매우,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일본 및 유럽연합(EU)과도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무역 관련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중국과 무역합의는 월가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한 점도 반박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나바로 국장이 매우 잘못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는 대통령이나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로존에서는 엇갈린 소식이 나왔다. 영국과 유럽연합(EU) 협상단이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정부는 다음날 국무회의를 열고 이를 승인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EU의 내년 예산안 수정 요구를 거부하고 원안을 유지해 양측의 갈등이 지속하게 됐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은 10월 소기업 낙관지수가 전월 107.9에서 107.4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소기업 낙관지수는 지난 8월 108.8로, 45년 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연속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107.9였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69포인트(0.40%) 하락한 25,286.4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04포인트(0.15%) 하락한 2,722.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01포인트(0.00%) 상승한 7,200.87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제유가 동향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무역정책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유가가 기록적인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시도에 제동을 건 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유가 하락의 기저에 깔렸다.

유가 불안이 심화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시를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다우지수는 전일 600포인트 이상 급락한 이후 이날 지속해서 반등을 시도했지만, 유가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상승 마감에는 실패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다우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도입 가능성 등에 대한 시장의 부담은 지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가 높은 관세 등으로 미국산 와인 수입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유럽연합(EU)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전일 큰 폭 하락하며 증시에 부담을 줬던 애플 주가는 이날도 골드만삭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 등으로 다소 부진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1.0% 내렸다. 아마존 주가도 0.3% 하락했다.

반면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는 베이커휴즈 지분 매각 소식으로 7.8%가량 급등했다. 엔비디아 주가도 5.2% 오르며 기술주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유가 폭락 여파로 에너지주가 2.39% 급락했다. 커뮤니케이션도 0.27% 내렸다. 반면 금융주는 0.59% 올랐고, 기술주도 0.09% 반등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등과의 무역정책이 여전히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슈왑금융연구센터의 랜드 프레드릭 부대표는 "중국 이슈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이 나온다면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술주 부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상 특정 업종이 증시 전반을 하락시킨다고 보지 않지만, 기술주는 가장 큰 분야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9.2%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10% 하락한 20.02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4.4bp 하락한 3.145%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하루 최대 하락 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3.9bp 내린 2.895%를 보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2.5bp 내린 3.367%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5.5bp에서 이날 25.0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재향군인의 날(베테랑 데이)을 맞아 전일 휴장했던 미 국채시장은 이날 위험회피 심리에 상승했다. 전일 애플 등 기술주 주도로 뉴욕증시가 큰 폭 하락했고, 이날도 확실한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국채 트레이딩 대표는 "애플 등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는 주도주가 주식시장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반대로 이 때문에 채권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주식시장의 작은 문제로 국채가 랠리를 펼쳤지만, 주식은 여전히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강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어떤 종류의 국채 랠리를 지속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무위험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위원회가 요청한 예산안 수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충돌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450%로 큰 변동은 없었다.

반면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는 덜었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 걸림돌이던 국경 문제에도 해결책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국경문제와 의회 통과 불확실성으로 10년 만기 영국 국채수익률은 8.1% 급등한 1.522%를 나타냈다.

에버든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스테파니 켈리 선임 정치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 국경문제에 대한 세부사항에 악마적인 요소가 담겨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국경 문제에 달려 있고, 궁극적으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3.769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3.750엔보다 0.019엔(0.02%)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284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2334달러보다 0.00514달러(0.46%) 상승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8.38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7.79엔보다 0.59엔(0.46%)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40% 내린 97.189를 기록했다.

전일 달러지수는 201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정도로 최근 달러는 연속 상승했다.

유로는 달러 대비 심리적으로 중요한 지지선인 1.13유로선을 내주며 전일 1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 전일까지 유로는 7% 가까이 떨어져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내줬다.

달러의 연속 상승과 유로의 연속 하락 부담에 전일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유로는 달러 대비 반등했다. 전일 더 안전통화로 뉴욕증시 급락에 따른 극심한 위험회피 심리에 유일하게 달러 대비 상승했던 엔화는 하락 반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다른 주요 통화 대비 6% 가까이 오른 달러 상승세가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에 베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미국의 재정 문제와 의회 분점 등의 정치적 문제가 향후 몇 달간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TD증권 역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 속도를 높일 때 달러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해외의 높은 금리는 달러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어서 달러가 왕이던 시절이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브렉시트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에 유로와 파운드가 힘을 얻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협상단이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함에 따라 영국 정부는 오는 14일 국무회의를 열고 EU와 합의한 초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들며 파운드-달러는 상승 폭을 계속 키웠다. 장중 1.30달러대를 회복하기도 하다 결국 0.82% 오른 1.29570달러를 기록했다.

XE의 비아쉬 스리문투 기업 트레이더는 "EU와 영국이 거의 브렉시트 협상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따라 단기 자금이 파운드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파운드-달러는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CIBC 캐피털 마켓의 제레미 스트레치 G10 외환 전략 대표는 "유로가 1.13달러대를 내주며 투자자들이 놀랐다"며 "그런데도 유럽 지표와 이탈리아 상황을 볼 때 유로 강세를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스케 방크의 모텐 헬트 선임 외환 전략가는 "이탈리아 상황이 유로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된 진전으로 외환 트레이더들이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가 이날까지 다시 제출해야 하는 예산안과 관련해 수정을 거부하기로 알려지면서 유럽 관련 통화의 상승 폭을 제한했다.

미국과 중국의 회담 재개 역시 달러 약세에 일조했다.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대화를 재개했다. 무역 분쟁이 심해질수록 미국이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입는다는 인식에 달러는 올랐다.

달러-위안은 0.23% 내린 6.9481위안을 기록, 위안화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상품 위주 국가의 통화에 비해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달러는 러시아 루블,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칠레 페소 등에 대해 올랐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24달러(7.1%) 폭락한 5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12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OPEC 등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과 원유 공급 초과 우려를 주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은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오는 12월 열리는 산유국 회동에서 생산량을 다시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사우디가 증산 방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경고를 내놨다.

산유국의 감산 가능성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원유시장 초과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OPEC이 산유량 증가 추세를 확인했지만, 수요 둔화 우려를 표한 점도 유가 하락을 가속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회원국의 10월 산유량이 하루평균 12만7천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산유량이 15만6천 배럴가량 줄었지만, UAE와 사우디 등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러시아의 10월 산유량도 하루평균 5만 배럴 늘었다.

OPEC은 반면 올해와 내년 산유량 증가 전망치는 또 하향 조정했다. 특히 내년 수요 증가 전망치는 기존보다 하루평균 7만 배럴 줄어든 하루평균 127만 배럴로 제시했다. OPEC은 지난 7월 이후 내년 산유량 증가 전망치를 매달 하향 조정하고 있다.

OPEC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수요 둔화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수요 전망 하향 조정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날 미국 내 7개 주요 셰일오일 지대의 산유량이 오는 12월에 11만3천 배럴 늘어난 하루평균 794만4천 배럴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했다.

반면 미국이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 등에 이란 원유 제재 예외를 인정하면서 이란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었다.

이는 원유시장이 초과 공급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한층 키운 요인이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이란 제재 예외 조치 등에 따른 유가의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랙골드 인베스트의 게리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예외 조치로 OPEC을 궁지로 몰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 수출이 제로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하루평균 120~150만 배럴이 수출된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윌리엄스 마켓 애널리틱스의 오웬 윌러엄스 창립자는 "투자자들이 유가를 얼마나 더 끌어내릴지 기술적인 레벨을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은 과열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둔화는 아직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초과 공급 공포는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