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올해 들어 벤처캐피탈(VC)이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영 시원치 않다.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한 곳 중에서는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도 낮게 나오는 경우도 발생했다.

14일 투자은행업계(IB)에 따르면 아주 IB투자는 공모가를 1천500원에 확정하고 오는 21일 코스닥에 상장을 단행하기로 했다.

당초 아주 IB투자는 희망 공모가를 2천원에서 2천4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썰렁해 결국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500개 기관이 참여했으나 대부분 희망 공모가에 미달하는 수준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VC IPO의 썰렁한 분위기는 아주 IB투자뿐이 아니다.

앞서 상장한 SV인베스트먼트와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SV인베스트먼트는 방탄소년단(BTS)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인 3천425원이다.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나우아이비캐피탈 역시 공모가가 희망밴드 대비 낮게 잡혔다. 당초 회사는 9천500~1만1천원 정도의 희망가를 제시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결국 8천500원으로 공모가를 정하게 됐다. 현재 주가는 이보다도 47.65% 떨어진 4천450원이다.

이처럼 벤처캐피탈 상장이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데에는 먼저 현재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은 점이 꼽힌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주식 중에서도 가장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꼽히는 공모주에는 투자자들의 손이 선뜻 가기 어렵다.

연초 VC들이 상장 계획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코스피는 최고 2,60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위험자산 이탈이 급격화돼 지난 10월 29일에는 1,996.05까지 내리기도 했다.

산업 특성상 성과가 나는 데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상장 VC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SV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올해 1분기(3월 결산 법인) 1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는 3천96.9% 급증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의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도 하다. 실제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6억원과 21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에 그쳤다.

이는 VC는 한번 투자를 집행하면 최소 몇 년 후에나 수익을 실현한다는 속성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수익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식 투자 주기와는 다소 시차가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VC가 최근 들어 많이 상장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주식이다"며 "현재 VC 재직자들의 수익 실현 측면도 크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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