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홍콩 투자은행(IB)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조용병 회장이 강조해 온 원 신한(one Shinhan)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IB 전략을 확장하기 위해 홍콩을 교두보로 육성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달 말 신한은행 홍콩 현지법인인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와 신한금융투자의 홍콩 IB 조직을 합쳐 그룹 내 매트릭스 조직인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에 두기로 했다.

신한은행 홍콩 법인은 은행의 홍콩지점 소속으로 들어간다.

신한은행 홍콩지점이 현지 풀 라이선스 은행인 데다, 지점은 본점의 자본금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홍콩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 관련 라이선스는 현지 금융당국에 반납하기로 했다.

과거 조흥은행 홍콩법인을 이어받아 설립된 이래 줄곧 IB에 특화된 업무를 담당해 온 만큼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홍콩 현지에서 중개 수수료 비즈니스를 주로 했던 신한금융투자 홍콩 IB는 GIB 체제 아래서 사업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됐다.

신한금융은 조만간 홍콩 IB 조직을 총괄할 본부장급 인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새롭게 출범할 홍콩 IB의 핵심 인력은 장성은 신한은행 부장과 홍용선 신한금융투자 홍콩법인장이다.

앞서 은행의 홍콩 IB를 총괄해온 장 부장은 부채자본시장(DCM) 업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인정받았다. 홍 법인장은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 다양한 딜을 주선하는데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홍콩 IB 조직은 주로 국내 기업의 한국물(KP)이나 해외변동금리채권(FRN) 발행 관련 업무로 홍콩 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아 왔다.

하지만 이번 조직 정비를 통해 계열사 간 산재한 라이선스를 정리하고, 자본금 제약을 줄여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는 론 시장이나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의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또한, DCM 시장을 통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ㆍ중견기업이 신한금융그룹의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홍콩 IB 출범을 준비해왔다.

아시아를 넘어 해외 IB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

조 회장은 이달 말 홍콩을 직접 찾아 홍콩 IB 출범식을 함께 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홍콩 시장에 공격적인 도전장을 낸 신한금융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홍콩 IB 시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무덤이었다.

유로존 위기가 불어닥친 2012년 무렵 삼성증권이 사업을 축소한 이래 지난해에는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이 철수하거나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홍콩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내는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정도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최근 홍콩 현지법인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B 시장에서 홍콩은 범중화권을 넘어 아시아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국내 금융회사 다수가 이어온 흑역사를 그룹 차원의 자본력과 시너지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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