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의 10월 위안화 신규대출 규모가 전월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중국 경제 지표가 심상찮다.

인민은행은 13일 중국의 유동성 상황을 나타내는 경제 지표인 10월 위안화 신규대출 규모와 광의통화(M2) 증가율, 사회융자총량을 발표했다.

10월 위안화 신규대출 규모는 6천970억 위안으로, 전월치인 1조3천800억 위안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통상 10월은 대출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이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신규대출 규모는 전월대비 감소 폭이 두드러지게 컸고 전문가 예상치도 하회했다고 지적했다.

10월 말 기준 광의통화 증가율도 8%를 기록, 전월의 8.3% 증가 대비 둔화했다.

위안화 대출과 외화대출, 신탁대출, 기업 채권 등 실물 경제에 공급된 총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사회융자총량은 10월에 7천288억 위안으로 집계돼 전월치(2조1천700억 위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0월 사회융자총량은 해당 통계의 집계가 시작된 2017년 1월 이후 최저였다.

같은 날 중국 재정부가 발표한 10월 재정수입은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했다. 올해 들어 첫 감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나서 유동성을 지원하고 은행권의 대출을 독려하는 상황에서도 유동성 지표가 이같이 둔화한 것은 중국 경제의 심각한 상황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역내 수요를 진작하고 경제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지준율·RRR)을 1%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1천1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인민은행 당국자들은 시중 은행권에 민영 기업과 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하라고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대형 은행은 신규 기업 대출의 3분의 1 이상, 중소형 은행은 신규 기업 대출의 2분의 1 이상을 민영 기업에 쓰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신규 대출액 중 일정 부분 이상을 반드시 민영 기업에 빌려주도록 강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현행 유동성 공급 정책은 중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션젠강 JD파이낸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으며 돈은 실물 경제에 유입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은 일종의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팅 루 노무라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내 수요 둔화, 디폴트 리스크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대출을 집행하기에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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