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늦춰졌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은 지속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을 때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기 위해서다.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을 1년 연기하기로 결의했다.

IFRS17 적용 시기가 유예됐지만, 미리 자본을 쌓아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들의 부채 규모가 커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4조5천억 원가량의 자본을 조달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3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존까지 후순위채를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과 달리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요건을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가진 신종자본증권은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을 늘리고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올리는 데 용이하다.

올해도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졌다.

한화생명과 KDB생명이 10억 달러와 2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과 동양생명, 신한생명은 3천500억 원과 1천억 원, 2천억 원의 후순위채를, 현대해상과 한화손보는 5천억 원과 1천9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유상증자를 통해 3천억 원씩 수혈을 받았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생명과 DB생명이 올해 안에 최대 2천억 원과 1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해외에서 자본조달을 계획했던 보험사들이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당초 한화손보와 현대해상,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이 모두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 또는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연 3.95%의 금리로 발행한 것과 달리 6~7%대의 금리를 요구받으면서 발행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유예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 자본확충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해외에서 자본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자본을 쌓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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