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아마존이 관심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매물을 보지도 않고 문자메시지로 매매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생겨났다.

여러 건물을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밴을 빌려 부동산 투어도 시작했다. 일부 고객 부동산 투어는 고객 맞춤형으로 중국어 서비스도 한다.

아마존의 제2 본사 입지로 선정된 뒤 동부의 실리콘밸리가 된다는 기대감에 롱아일랜드가 들썩이고 있다.

아마존은 제2 본사에 10년간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이상의 일자리 약 5만 개를 만들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롱아일랜드에는 2028년까지 억대 연봉 일자리가 2만5천 개 생긴다.

부동산 브로커들이 가장 바빠졌다.

잭슨 애비뉴에 건설 중인 오피스를 중개하는 회사는 지난 주말에만 거의 100명의 고객을 만났다. 다른 60명 이상의 구매 희망자들은 이름을 남겨놓고 떠났다. 지난주에는 34명이 찾아왔다.

"수많은 거래 제안이 나왔고, 하룻밤 새 4건이나 더 생겼다"며 "정말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체는 영어와 중국어 그룹 투어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부동산 마케팅회사 모던스페이스 에릭 베네임 회장은 "7, 8년간 연락이 없었던 고객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문자메시지로만 아파트를 20채 팔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를 대신해 업무를 처리하는 이 회사 직원들은 고객들과 만나고 문서작업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미 아마존의 선정 이전부터 관심은 늘어났고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롱아일랜드가 아마존 관심 지역으로 거론된 후 엿새 동안 스트리트이지닷컴의 부동산 검색은 이전 1주일에 비해 295% 급등했다. 가장 많았을 때는 40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현지 중개업자에 따르면 3층에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가 현재 135만 달러에 나와 있다. 평방피트 당 가격은 1천274달러다.

불과 며칠 새 분위기가 너무 많이 바뀐 것에 대해 어리둥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 뉴욕시의 롱아일랜드는 이전에도 뉴욕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주목받았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를 빗겨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브로커들은 불과 1~2주일 만에 바뀐 분위기에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린다.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바로 직전 뉴욕시의 아파트 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 브로커는 "20년 동안의 경력을 돌아봐도 소문에 따라 매수자 시장이 매도자 시장으로 하룻밤 새 바뀐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밴을 빌려서, 이게 안 되면 때로는 우버를 타기도, 걸어서도 고객과 함께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 길을 가다 보면 어제 만났던 고객을 다시 마주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는 롱아일랜드에 잭팟이 터졌다. 투자자들의 '아마존 골드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환영하고 들뜬 것만은 아니다.

롱아일랜드는 뉴욕 맨해튼과 가까운 데다 지하철, 철도, 페리 등 교통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뷰가 있어서 이미 많이 올랐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건축 붐이 일어 맨해튼에서 바라보면 아파트 숲이 장관을 이룰 정도다.

아파트는 많아도 웬만한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렌트비가 비싸졌는데, 집값 폭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넘치는 인구를 감당할 교통이나 인프라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역사회의 많은 사람의 분노가 나오는 이유다.

기대든, 우려든, 기업의 통 큰 투자는 고용, 소비, 자산가치 상승 등을 이끄는 선순환의 출발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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