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자체 개발한 '리스크관리 3종 세트'를 통해 은행·증권·보험 등 전 금융권의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 비상대응계획)을 전면 재점검한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TARS-Ⅱ)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 모형(K-SuperCast), 조기경보 시스템 등 이른바 리스크관리 3종 세트 개발을 마치고, 이를 통한 금융권 컨틴전시플랜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최근 미·중 통상 분쟁, 세계 경제 둔화 우려 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 환경에 많은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선제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국내증시 하락,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등 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난 데다 내년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한계기업 증가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 관리하기 위한 일환이다.

윤석헌 원장도 미 금리 인상, 미·중 무역갈등, 주력산업 위기 등 내년은 리스크관리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리스크관리 3종 세트 모형 개발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개발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은행과 비은행을 모두 아우르는 등 업권 통합 모델이다. 비은행권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통합 모델을 찾기 어려웠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기존에 은행에서만 운영되던 조기경보 시스템도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까지 포함하도록 개편했다. 은행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2금융권에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대출 등 주요 영역의 리스크관리 고삐를 조이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의 리스크관리 3종 세트는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의 박사급 인력들이 지난 2년에 걸쳐 개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금융산업과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계량 평가하는 리스크관리 기법으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이를 위한 모형인 STAR-Ⅰ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이를 고도화해 다중채무자 부도 영향, 금융회사 간 부실 전염 효과 등을 반영한 STARS-Ⅱ를 개발했다.

K-SuperCast는 한국은행의 분기별 GDP 성장률 예측과는 별도로 금감원이 월 단위로 GDP 성장률을 예측해 적시성을 강화한 모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에 적용해 국내 경제 변수로 활용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K-SuperCast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로 나왔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와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성과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나라 금융감독당국에서도 이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연구센터는 지난 1월 IMF 세미나와 8월 ADB 워크숍에 초청돼 STARS-Ⅱ를 발표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IMF는 금감원의 리스크관리 모델이 일본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번 주 방한한 하 후이 뚜언 베트남 국가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금감원의 조기경보모형을 전수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일본 금융청 금융 국제심의관(차관급)에게 리스크관리 3종 세트를 소개하고 향후 거시건전성 감독 모델링에 관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워킹페이퍼를 발간해 리스크관리 3종 세트를 검증받을 계획"이라며 "원장 등 금감원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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