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은 최근의 유가 변동성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유가의 최근 급락세가 단순한 수급 요인에 따른 것으로, 미국 경기 여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14일(현지시간) "채권 투자자는 유가 급락 파장이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서 나타났지만, 채권 분야로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하루 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1% 폭락한 5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치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유가 내림세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 기조로 평가하면서도, 시장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냉각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급 여건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냉각 가능성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채 시장의 랠리 요인이다.

현재까지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원유의 수요 둔화를 경기 성장세 약화 때문으로 보는 트레이더는 없다"고 진단했다.

참가자들은 유가 하락세의 원인으로 미국과 OPEC 등의 과잉 생산과 이란 제재의 완화, 낮은 에너지 가격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옹호 발언 등을 꼽았다.

유가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제한적이나마 하락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금리의 상승이 이런 인플레 기대치 하향을 상쇄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연준이 글로벌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가운데서도 미국 경제의 견고함을 반복적으로 피력하며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유가 하락세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일면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예외라고 입을 모았다.

BMO 캐피탈 마켓의 존 힐 금리 전략가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경제 국가가 긴축적인 노동시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좋은 시기를 보인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유가 급락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워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 2.2%에서 크게 개선돼 평균 2.9%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의 경우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달 보고서는 2018~2019년 성장률을 3.7%로 관측하며,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힐 전략가는 "유가 약세가 결국 채권 강세에 도움을 주고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면서도 "OPEC 회원국이 생산량을 감축한다면 유가의 하락세가 가팔랐던 만큼, 되돌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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