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국내 금융지주들이 계열사간 투자금융(IB) 조직을 한 데 결집한 시너지가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올해 40여 건의 해외 PF 투자 실적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한 해에만 16건의 해외 PF에 총 5천847억 원을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최초로 호주의 도로건설 사업에 대표금융주선은행(MLA)으로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은 올해 폴란드 도로 사업과 프랑스 수입 터미널, 미국 가스화력발전소 등 5건의 PF 투자 실적을 냈다. 우리은행도 올해만 대략 2천346억 원을 해외 PF 시장에 투자했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해외 PF 수주에 있어서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조달규모나 금리, 현지 네트워크 등의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의 자산 규모상 해외 인프라 사업의 투자 규모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원화가 기축통화로 통용되지 않고 있어 글로벌 은행들보다 달러화 조달금리가 높다고도 언급했다.

시중은행들은 계열사간 IB 역량 집결을 통해 이같은 여건을 해소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미국 가스화력발전소 PF 금융을 주선할 당시 배정받은 1억 달러 물량을 국민은행뿐 아니라 KB증권, KB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투자를 완료했다. 지주 내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 장기적으로 거액의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해 그룹 내 IB 조직을 결집시켜 출범한 'GIB' 조직이 올해 베트남 'Cam Lam' 태양광 발전 사업을 총괄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등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베트남 현지 신재생 시장 최초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글로벌 PF 딜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선순위대출쪽으로 투자를 하고 금융투자는 후순위투자나 지분투자를 위주로 한다"면서 "사업주들이 선순위·후순위·지분투자 등을 동시에 요구할 때 지주 차원에서 같이 참여할 수 있어 거래 성사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역량도 해외 PF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하나은행은 올해 미국 발전소와 호주 도로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뉴욕·시드니 지점과 한국 본점, 현지 사업주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를 유지한 끝에 주선기관으로 초청받았다.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우리은행 역시 지난 9월 베트남 호치민에 IB 데스크를 신설해 동남아 지역 IB 딜을 커버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은데다 대형 금융회사 위주라 해외 PF 실적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IB의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만큼 그 부분을 잘 채워나가는 것이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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