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큰 폭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4.2bp 하락한 3.074%를 기록했다. 이번주 11.5bp 하락했으며 3주래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4.9bp 내린 2.813%를 보였다. 이번주 12.2bp 떨어졌는데, 이는 2016년 6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3.8bp 떨어진 3.327%를 나타냈다. 이번주 6.5bp 내렸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5.4bp에서 이날 26.1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미 국채시장이 주시했던 산업생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 국채 값은 장초반부터 상승했다. 지난 10월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 추세는 둔화했고, 시장 예상도 밑돌았다.

이미 미국 제조업은 성장 기간을 지나 노동력과 관세 부담으로 기저에서 둔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기업은 지난해 시행된 감세에도 투자 계획을 삭감했다.

여기에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출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내놔 미 국채 값은 상승폭을 점차 키웠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깝고 추가 금리 인상은 경제지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 신호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또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약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긴축 통화정책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의 강한 힘을 강조하면서 연준이 꾸준한 속도로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파월 의장도 글로벌 위험을 거의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한 시장참여자도 있었다.

BMO캐피털의 존 힐 채권 전략가는 "경제가 강하다는 파월의 반복된 발언으로 단기 금리 인상 기대는 더 단단해졌지만, 이날 클라리다의 발언은 이미 중립금리에 가까워졌다고 인정한 점에서 특히 비둘기파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힐 전략가는 "연준이 분기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됐다"며 "연준은 외부 성장의 역풍을 요소로 고려해야 하며 내년 인플레이션에 큰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무역 관련 안도감은 형성됐지만, 브렉시트 우려는 지속했다.

브렉시트 초안에 반발해 영국의 주요 장관이 사퇴하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은 지속해서 나오는 중이다.

미 국채에 이어 영국 국채도 이번 주 랠리를 보였다.

ABN 암로의 분석가들은 "의회가 협상안을 거부하고 정부가 붕괴한다면 새로운 정부는 어떤 당이 되든 합의안이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며 "여기에도 노딜 브렉시트라는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이 일단 물러남에 따라 다시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탄한 미국 경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가져와 주가와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이사는 "이런 소음들을 일단 지나고 나면 주가는 결국 반등하고 국채수익률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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