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은 신흥국 금융불안이 과거 2013년 나타난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 Taper Tantrum)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금융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18일 '과거 사례와 비교한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의 특징(해외경제포커스)'에서 "올해 중 신흥국 금융시장은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채권 가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불안 상황이 이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2월에서 10월 중 MSCI 신흥국지수는 23.4%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을 하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흥국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는 103.8bp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91.4bp 높아졌다.

신흥국 환율을 측정할 수 있는 JP모건 신흥국 통화지수는 10월 말 현재 2월 초보다 14.4%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으로 미 달러화의 강세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를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높이고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 신흥국에 유입되었던 해외 자본 유출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 장기금리와 신흥국 주가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57로 테이퍼 텐트럼 당시 -0.64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했던 6월 중 주가와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던 나라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들이 많았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일어났던 크고 작은 위기 상황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가 금융 자산가격 변동성이 가장 작은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실물과 금융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은 점도 금융불안 확산을 제한하는 데 기여했다.

한은은 이번 금융불안이 나라별로 편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금융시장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국가별 건전성 차별화를 꼽았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성장률이 낮은 국가에서, 대내건전성 측면에서는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거나 악화한 일부 국가에서 금융불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번 신흥국 금융불안이 9개월째 진행 중으로, 장기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로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양호한 대외건전성으로 위험 노출도는 낮은 수준이다"면서도 "대외부문의 잠재적 리스크가 작지 않아, 신흥국 금융불안 전개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불안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진행과정이 매우 빠르다"며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 등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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