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오버슈팅 한다는 신호가 거의 없는 데다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자신은 12월 금리 인상을 확신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인플레이션 수준을 들었다.

하커 총재는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를 빠르게 지나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이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버려둘 얼마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3%, 전년 대비 2.5% 올라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으나 모두 전월치인 0.1%, 2.3%를 웃돌았다.

10월 CPI 반등은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10월 CPI 반등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유가 급락과 건강관리 비용과 임대료 가격 상승률 둔화 등을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9월 PCE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0.1% 상승해 4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물가 오버슈팅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9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로는 2.0% 올랐으나 이는 8월의 2.2%에서 하락한 것이다.

하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 2%를 약간 오버슈팅 하더라도 크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물가 압박은 "잘 고정돼 있다"고 진단했다.

하커 총재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은 위원 4명 중 한 명이 자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원들의 신중론이 강화되는 것은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지난 15일 마드리드에서 한 연설에서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연준이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보스틱 총재는 그러나 "우리가 중립금리 수준과 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잠정적인 접근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중립금리까지 좀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경제 지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정책 범위가 중립 수준에 가까워졌고, 경제는 좋은 상태이다"라며 "이에 따라 더 지표 의존도를 높이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에버코어ISI의 크리쉬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헤드는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 예상치의 하단에 가까워짐에 따라 지표에 더 의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연준의 메시지가 계속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진단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지난 15일 한 강연에서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매우 가깝다면서 금리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준 위원들의 중립금리 예상치는 2.5~3.5% 범위에 걸쳐 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ANZ은행도 잇따른 위원들의 발언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다소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지난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내년 감세 효과 둔화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파월 의장도 "정부의 감세와 재정 지출에 따른 부양 효과가 내년쯤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으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다소 신중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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