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열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지난해 11월부터 1.5%에서 유지되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인가가 금융시장에서 주요 관심사이다.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경기를 살펴보자. 통계청에서 기준순환일(경기 정점과 저점이 발생한 월)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197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0번의 순환을 겪었다. 통계청은 11번째 경기순환의 저점을 2013년 3월로 잠정적으로 잡았다. 그 이후 경기판단을 미루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장기 추세선 상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서서는 여러 가지 경제지표의 하락 폭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의 경기를 판단하는 데 가장 유용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그렇다. 이 순환변동치가 2017년 5월을 정점(100.7)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서서는 100 이하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98.6으로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졌던 2009년 6월(98.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순환변동치를 구해보아도 한국경제가 올해 3분기 현재 장기추세보다 0.3% 정도 낮게 성장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GDP를 구성하는 부문별로 보아도 수출 외에 다 꺾이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장기추세보다 7~9% 아래에 있다. 침체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에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마저 추세가 꺾일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경제가 단기 순환 측면에서 보면 수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한다고? 과거 통계로 분석해보면 금리 인상은 7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주었다. 2019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커질 가능성은 낮다. 이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하반기 들어서서는 유로존 경제도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 6월 이후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마저 일부 투자지표에서 정점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2019년 세계 경제성장 둔화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한국경제가 전 분기에 비해 0.6% 성장했는데, 순수출 기여도가 1.7% 포인트였다. 대외 환경 악화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2.0% 상승하면서 통화정책 목표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1~10월 물가 상승률은 1.5%로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10월까지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요 측면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은 낮다. 공급 측면에서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조만간 2019~2021년 물가상승률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지난 3년과 같은 2%일 것이다.)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 등이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다. 가계 부채나 부동산 가격 안정 문제는 미시적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한미차 금리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이다. 그러나 과거 통계를 분석해보면 금리차가 자본 유출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신흥시장이 불안할 때 자금이 유출되었다.

장기적으로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적 여건을 따져보아야 할 시기이다. 시장에서 우리가 관찰하는 금리는 명목금리인데, 이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표시된다. 실질금리는 사전적으로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실질 GDP 성장률을 대용변수로 사용한다. 최근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이 3.2%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 국채수익률은 2.3% 정도이다. 시장에서는 갈수록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성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노동이 줄고 자본 증가세 둔화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년 후에 2%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넘어선 데 있다. 자금 수급 측면에 보면 공급이 수요를 초가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돈이 남아돌고 있다는 의미이다. 'IMF 경제위기 전에는 목에 힘을 주었는데 요즘은 고객 숙이고 기업 고객을 상대한다‘라는 은행원의 말에 깊은 의미가 있다.

여기다가 은행이 앞으로 채권을 사면서 시장금리 하락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대출하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하면서 자금 운용을 한다. 가계는 자금 잉여주체이다. 그런데 자금 부족주체인 기업이 지난 6월 말 현재 594조 원에 이르는 현금성을 자산을 자지고 있을 정도로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저축하면 은행은 유가증권 특히 채권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한 금융그룹 회장이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자기 자산뿐만 아니라 고객 자산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 현실을 직시한 통찰력이다.

돈은 눈이 있어 수익률이 높은 데로 이동한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어느 시점에서 균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아래 그림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국고채 3년 수익률)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 1월에서 2018년 10월 통계로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동기의 상관계수가 0.88로 매우 높았다. 인과관계(시차 6)를 구해보면 일방적으로 국고채 수익률이 기준금리에 영향을 주었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국고채수익률이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이다.(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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