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최근 서울 채권시장에서 중국 금융시장의 영향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무역 전쟁 이슈가 불거진 이후에는 시중 금리 자체가 중국의 금리 흐름과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몇 개월간 한국 국고채 금리는 미국보다 중국 금리의 흐름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빨강), 미국(초록), 중국(검정) 국채 10년 금리 등락률 추이>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한국이 미국 금리보다는 중국 금리를 추종한다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한국 금리가 중국과 더 밀착하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제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가장 타격을 입을 나라 가운데 하나로 한국이 꼽힌다"며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 경기도 하강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 수출 대상국 가운데 중국은 24.8%의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12.0%로 중국에 이어 2위지만 비중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무역 갈등의 충격을 근거로 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IMF는 한국의 성장 전망 하향이 "부분적으로 최근의 무역 관련 조치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의존 이외에 한국의 금융시장이 외국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중국 시장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의 주식시장 하락이나 채권 금리 상승시 외국인이 한국에서 직접 이탈하는 현상처럼 중국 시장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의 동향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선물 시장의 연계성을 지적했다.

그는 올해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세를 한국 경제와 연관성이 큰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베팅으로 해석하며 "중국 경제의 난항이 이어지면 외국인의 (국내) 선물 포지션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상훈 연구원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은 해외 투자자들의 (직접) 유출입이 있는데, 중국은 직접적인 부분은 적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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