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올해 연기금이 채권 듀레이션을 확대한 배경에는 수급 요인과 함께 경기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4.69년이었던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연중 0.38년 늘어나면서 전일 5.07년을 나타냈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연초 4.62년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3월 말 4.70년, 6월 말 4.80년, 8월 말 4.90년을 각각 돌파하는 등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올해 9월 10일에는 5.03년을 나타내 지난 2009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5.00년 선을 넘어섰다.

듀레이션이란 채권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일컫는다. 초기 투자 원금을 되찾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올해 꾸준히 확대된 이유는 국고채 50년물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초장기채 공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연기금 운용역은 "30년, 50년 만기 국고채가 시중에 나오면서 시장 전반의 듀레이션이 길어졌다"며 "그에 맞춰가는 차원에서 연기금의 듀레이션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국고채 50년물을 2천190억 원 규모로 발행했지만, 올해는 3월에 3천250억 원, 6월에 5천400억 원, 9월에 6천600억 원어치를 발행하는 등 공급 물량을 크게 늘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월 국고채 50년물 발행 규모는 이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확대된 또 다른 이유로는 부정적인 경기전망이 꼽힌다.

통상 경기전망이 부정적일 때 초장기채 수요가 강해지면서 듀레이션이 늘어나는데 이런 관점에서 최근 연기금의 장기물 채권 매수 움직임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연기금 운용역은 "보험사와 달리 규제 관련 초장기채 매수 필요성이 없는 연기금이 관련 물량의 보유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은 경기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세계 거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보다 0.2%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또 무디스는 한국의 2019년 경제 성장률이 2.3%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한국의 성장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악화하는 외부 수요, 글로벌 금융 긴축 환경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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