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삼일회계법인에서 사측과 노조의 기싸움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사측은 근로자대표 선거과정에서 파행을 초래한 책임자 2명과 관련해 사실상의 인사조치를 내렸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9일자로 COO(최고운영책임자, Chief Operating Officer)를 교체하고, HC(Human Capital, 인사부)에는 '부리더(Deputy Leader)'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COO와 HC의 리더는 노조 설립의 빌미가 됐던 근로자대표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를 맡던 책임자들이다.

사측은 근로자대표를 뽑는 선거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통보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회계법인 최초로 노조가 설립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근로자대표 선거를 주관하던 사측 책임자를 일방적으로 교체했다"며 "인사 시즌이 아닌 시점에 통보식으로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측은 기존 COO가 이번 건과 관련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후속조치 차원에서의 인사라는 입장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는 부서의 장을 일반적으로 'Leader(리더)'라고 부르는데, HC부서의 경우 그동안 사실상의 리더 역할을 했던 파트너와 별도로 부리더직책을 신설했다. 새로운 부리더는 기존 본부 소속으로 신설된 직책도 함께 맡게 됐다.

삼일회계법인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3차 투표를 진행했지만, 근로자대표를 뽑지 못했다.

사측은 과반수 득표자를 근로자대표로 뽑는다는 합의를 무시한 채 근로자대표를 복수로 선출하려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선거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근로자대표는 내년에 시행되는 유연근무제와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에서 직원들을 대표하게 되는 인물이다. 사측과 근로자 사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자로서 근로자 측의 최종 합의 책임자가 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대변해줄 적임자가 뽑히길 원하는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 노조는 근로자대표 선거의 파행을 계기로 지난 15일 설립됐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말 1천868명의 회계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이다.

지난 1971년 설립 이후 48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측 관계자는 "정기 인사는 아니고, 내부적으로 업무 교체에 따른 인사라 할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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