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올해 12월 기준 금리 인상은 차치하더라도 내년 3회 인상을 시사한 연준의 스탠스가 변하게 되면, 단단한 달러-원 레인지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은 중립금리에 근접했고,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 경제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을 가진 중립금리보다 더 높이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는 당장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등의 발언도 했다.

이는 지난 10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까지는 멀었다"고 말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내용과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파월 의장에 이어 연준의 2인자로 평가받는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신중론이 급부상하게 됐다.

비둘기 색채의 클라리다 부의장 발언에 한발 앞서 최근 미 국채 금리와 국제 유가, 달러 가치 등이 미리 하락하기 시작한 점도 금리 인상 신중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와 달러 하락 배경에는 유가 급락 및 무역협상 기대, 브렉시트 리스크 완화 등의 요인이 있지만, 금리 인상 속도론이나 중립금리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모든 경제지표가 추가 금리 인상은 천천히 해야 한다는 쪽에 있다"며 "매파적 색채를 드러냈던 파월 의장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준 3인자격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클라리다 부의장과 달리 다소 매파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1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의 한 강연에서 "미국 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고, 연준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의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이 있는 인사들의 발언 정도를 고려하면 12월 금리 인상은 일단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내년 금리 인상이 연준이 시사한 대로 갈 수 있을지 여부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내년 FOMC에서는 올해 투표권이 있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총재 등 4명이 빠진다.

그 자리에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톤 총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총재가 새로 들어오게 된다.

에스더 조지와 에릭 로젠그렌 총재는 매파적이지만, 제임스 불라드와 찰스 에반스는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로 평가받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다소 완화적인 스탠스로 변화했다는 시장 의견도 있지만, 단순히 주가 하락 때문에 스탠스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연구원은 "당분간 현재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내년 이후 속도가 다소 완화될지, 최종 금리 레벨이 조정될지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다음 주(28일) 예정된 파월 의장의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파월 의장이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면 시장 충격으로, 달러-원 환율은 1,140원 이상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파월은 약간 비둘기파적 발언을 통해 충격을 줄이겠지만, 12월 금리 인상 및 내년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점쳤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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