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발작성 주가폭락인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플래시 크래시'는 자산 가치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SCMP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무역갈등 관련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만약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대규모로 자산을 빠른 속도로 처분한다면, 가파른 자산 가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거래의 활성화로 자산 처분이 급격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플래시 크래시' 사태가 나타날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실적 둔화, 상장기업들의 주식담보대출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달 중국증시는 급락했다.

지난 10월 중국증시는 4년래 최저점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한달간 상하이증시는 8.98%, 선전증시는 11.45%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플래시 크래시'가 무역갈등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이외의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SCMP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레온 골드펠드 상무이사는 "경제 호황기의 끝을 향하고 있는 만큼, 다음 불황기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먼 미래는 아닐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 밸류에이션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룬디 영국 헤르메스자산운용의 공동대표이자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현재 상황에서는 선택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매, 지방통신, 의료, 자동차 부품 등 관련주를 피하고 있다면서 향후 5~10년 후 해당 업계의 사업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전쟁은 대부분의 회사가 언급하는 가장 흔한 (실적 둔화의) 이유가 됐다"면서 "이는 3개월 전의 낙관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들은 기관 투자자들의 비관적 투자심리는 아직 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면서,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증시는 이달 29일부터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요 20개국(G20) 회동의 결과에 따라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해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유진 레우 DBS 전략가는 "아무도 (시진핑-트럼프) 대화가 2천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인하하면 위안화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앞으로 변동성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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