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주가 급락이나 유가 폭락에도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시장불안을 크게 개의치 않고 있어 금리 인상 경로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급락이 경기 변화를 보여주는 선제 신호이며 시장이 이를 먼저 알아챈 것이라며 연준의 내년 행보는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최근의 주가 폭락이나 회사채 시장불안이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가 여전히 매우 낮다. 우리가 금리를 인상해왔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라고 언급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 시장은, 경기 둔화 신호 감지

이날 국제유가는 6% 이상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유가 하락에 직격탄이 됐지만, 근본적으로 수급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고, 애플은 아이폰 주문을 축소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으로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다.

유가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공급은 늘어나지만, 내년 수요 전망이 악화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로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를 운용한 적이 있는 스탠리 드러컨밀러는 "나는 잠시 멈추고, 시장이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지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왔던 드러컨밀러는 연준이 내달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할 많은 신호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황이 안정되고 시장이 다시 오르면 연준은 1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라며 "내달 금리 결정과 관련해 연준이 겸손하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는 매파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라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을 바꾸려면 시장보다는 경기 전망을 바꿀 더 광범위한 신호가 나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지표 상으로는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 이외에는 크게 악화하는 지표가 없다.

고용지표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 근처에서 움직여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판단이다.

◇ 소매株 급락·신용 스프레드 확대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 소매주가 최근 상당한 매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날 소매업체 타깃과 백화점 체인 콜스 주가는 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각각 11%, 9% 폭락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WSJ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GDP 성장률이 내년 1분기 2.5%, 2분기 2.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3분기 GDP 성장률 3.5%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회사채와 국채 간의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금리는 국채 대비 평균 4.18%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10월 초에는 이 차이가 3.03%포인트였다.

통상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경기 둔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는 여전히 2016년 시장 혼란 당시 8%포인트나 금융위기 당시 20%포인트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모기지 금리 상승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은 주택시장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주택시장의 둔화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설에서 최근 시장 매도세가 금융 환경을 억제해 성장에 타격을 줄 수는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연준의 정책 경로를 수정할 만큼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시장 환경은 연준이 금리 결정 때 고려하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제 관심은 연준이 12월 금리 결정 때 내년 금리 전망을 어떻게 내놓을지다.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의 전망치는 2회, 3회, 4회로 다양하게 의견이 갈렸다.

시장 상황이 계속 불안하고 경기 둔화 신호가 더욱 뚜렷해질 경우 위원들의 전망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연준이 내년 4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은 내년 연준이 2회 금리를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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