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떨어질 위험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2005년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정크로 강등되면서 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은 바 있는 데다 당시와 비교해 회사채 시장의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는 미국 내 가장 안전한 채무자라는 인식에 힘입어 비금융계 회사로는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기업이다. GE의 미상환 부채만 1천220억 달러로 회사채 시장 전체를 뒤흔들만큼 큰 규모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2005년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됐을 당시에도 많은 투자자가 정크 등급의 회사채 투매에 나서 투기등급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바 있다.

ICE BAML 지수에 따르면 미국 정크등급 채권금리는 2005년 3월 국채금리 대비 2.7%포인트 높던 데서 등급이 강등된 후 4.6%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10월 들어서도 미국 정크 등급 채권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채대비 4.1%포인트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주가 하락과 유가 급락 등이 정크 등급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높였기 때문이다.

다만 2005년과 지금이 다른 점은 이미 시장이 GE의 채권 등급 하락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월 만기 13억 달러 규모 GE 회사채 금리는 올해 2.8%에서 6.2%로 뛰었다.

그리고 아직 GE의 신용등급은 정크 등급에서 3단계 높은 상황이라 여유가 있다.

또 다른 점은 2005년은 투기적 투자자인 헤지펀드들이 GM과 포드의 회사채를 많이 보유하면서 시장의 단기 투매를 불렀지만, 지금은 헤지펀드들이 고전하면서 단기 투기성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혼란을 덜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2005년과 달라진 점 중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비금융계 회사채 시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커진 반면 안전장치는 줄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이 유동성을 확충하고, 레버리지를 축소하면서 은행권의 회사채 규모는 줄었지만, 비금융권의 회사채는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급증했다.

레버리지는 확대되고, 보호장치는 더 줄었다는 점에서 GE의 등급 강등 여파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 및 자본시장부 담당 디렉터는 "은행들이 전보다 더 안전해지고, 레버리지 대출과 은행 간 연계 고리가 더 줄어 2008년에 목격한 것과 같은 종류의 체계적 위험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증폭 효과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즉 GE의 등급이 강등되더라도 단기적인 시장 혼란으로 그치고 체계적 위험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다음 경기침체 때 비금융권의 과다한 부채가 더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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