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거칠 것 없던 뉴욕증시도 결국 항복했다.

'앞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익히 알고 있던 악재에도 크게 반응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지속한 호황 장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고 있던 터라 도사리던 위험이 부각되자마자 투자심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올해 쌓아놓은 수익률을 모두 까먹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각종 지수에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올해 증시를 주도한 대표주들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공식적인 약세장에 돌입했다.

변동성은 치솟아 매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다. 물론 급락이 더 많다.

살얼음판 뉴욕증시만 바라보는 글로벌 증시를 뒤로 한 채 미국은 추수감사절 시즌을 맞이한다.

이번주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로 22일에 휴장하고 23일에는 오후 1시(동부시간)에 조기 폐장한다.

미국에서 주식시장 휴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효율성을 중요시하며 중간선거 등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정상대로 가동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공식 증시 휴장일은 1월 1일 새해 첫날, 1월 중순의 마틴 루터킹 데이, 2월 워싱턴 탄생일, 3월 성(聖) 금요일, 5월 메모리얼 데이, 7월 독립기념일, 9월 노동절,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다. 당일에만 쉰다.

또 조기 폐장이라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독립기념일 전날과 추수감사절 다음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4시가 아닌 1시에 일찍 거래를 마감한다.

1992년에는 2시간 이른 오후 2시에 클로징 벨을 울렸다고 한다. 이듬해인 1993년부터 거래소들은 3시간 빠른 1시로 폐장 시간을 당겼다.

채권시장은 또 다르다.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의 권고에 따라 채권시장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휴일 일정에 맞춰 휴장과 조기 폐장한다. 주식시장보다 휴장이 더 많은 편이다. 이번 추수감사절 당일 채권시장은 쉬고, 다음날은 오후 2시에 조기 폐장한다.

주식시장 조기 폐장은 1992년에 생겨났다. 거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증시는 크랜베리 소스와 속까지 모두 먹어치운 후 유령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비유도 있다.

실제 2010년 이후 휴일 전후로 거래량이 대폭 줄었다. 올해 평균 거래량은 69억5천738만 주로, 70억 주에 가깝다. 2010년 이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평균 35억 주, 추수감사절 전날 수요일에는 49억 주, 이후 금요일에는 30억 주, 독립기념일 전날에는 49억 주를 기록했다.

올해 추수감사절로 쉬어가는 게 감사한 일이 될지, 유독 더 관심을 받는 것은 최근 증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주 월요일 S&P500은 1.6%,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7% 하락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나쁜 주간의 시작이었다. 나스닥지수는 3%나 급락해 2000년 이후 최악의 한 주 시작을 알렸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나스닥과 S&P500은 추수감사절 주간에 상승 마감했다. 추수감사절 전, 후 수요일과 금요일에 상승할 확률은 각각 77.3%, 74.2%였고, 평균 상승률은 0.32%, 0.37%였다.

그러나 휴장과 조기 폐장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추수감사절 다음주 월요일에 상승할 확률은 42%로 대폭 줄어든다. 평균 0.30%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미국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5천430만 명의 미국인들이 여행을 떠난다. 지난해보다 4.8%나 늘었다. 뉴욕, 워싱턴 할 것 없이 추수감사절 주간 특정 시간에는 평소보다 2배, 많으면 4배 이상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이 시간대를 피하라는 예고도 했다.

추수감사절에서 이어지는 최대 소비시즌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매업자들은 늘어나는 매출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세기 만에 가장 좋은 고용시장과 늘어나는 임금 등으로 미국인들은 의류와 평면 TV, 가전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며 소비 기대를 키웠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1일, 마침 증시는 이틀간의 가파른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올랐다. 통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불안한 증시가 더 불안해진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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