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SK건설이 외형축소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수주 계약액이 급감하고 있다. 과거 쪼그라들던 해외수주물량이 증가하는 데 밑거름이 됐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SK건설의 수주계약잔액은 20조4천86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계약잔액이 14조6천136억원, 해외계약잔액이 5조8천727억원이다. 이런 수치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SK건설의 수주계약잔액은 4년째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해외에서의 일감 감소세가 확연하다. 지난 2014년 SK건설은 해외수주 계약잔액으로 11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대폭 감소하더니 작년부터는 5조원대로 낮아졌다. 거의 4년 동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올해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액에서 공사실적 10위의 SK건설이지만, 해외에서 규모를 어느 정도 설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해외수주 감소로 SK건설은 올해 3년째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 처지다. 지난 2015년 연 매출액은 8조7천억원을 넘겼다. 그러나 지금은 6조원 초중반대가 예상된다.

해외수주 부문에서 SK건설은 이전에 비슷한 상황을 접했다.

지난 2012년, SK건설은 해외수주 계약잔액이 완성공사액을 밑돌았다. 이전에 수주했던 물량의 기성이 진행되면서 남은 일감이 줄었다. 당시 국내 건설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진행 중이라 SK건설은 해외에서 승부수를 찾았다.

이때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다. 기본도급액이 7천억원을 넘어 수행하던 프로젝트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였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정유공장(약 1조2천억원), 터키 이스탄불 도로 프로젝트(약 4천억원), 태국 대규모 정유 플랜트인 IRPC UHV 프로젝트(약 4천억원), 쿠웨이트 변전소 현대화사업(약 3천700억원) 등의 해외수주가 비슷한 시기에 밀려왔다.

특히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들어갔고 SK건설의 최초 수력발전 프로젝트기도 했다. 국내 최초 개발형 수력발전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운영까지 기대됐다.

해외에서의 일감 수주가 급했던 상황에서 라오스 수력발전이 물꼬를 터줬다. 그러나 라오스의 보조댐 사고로 인해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건설이 늦은 착공에도 조기 담수를 서둘렀다"며 "인센티브 보너스를 노렸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설계를 변경했다는 의혹까지 그는 제기했다.

SK건설은 약 6년 전보다 해외수주 완성공사액-계약 잔액 차이가 더 심각하게 벌어졌다. 국내 건설경기는 내림세다. 또다시 해외에서의 도약을 고민해야 하지만, 라오스 댐사고가 부메랑이 돼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 수주의 균형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인력 유지 등 회사 분위기와 직결되는 측면이 많다"며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까지 부진해졌는데 사고 여파로 해외에서 활로 찾기가 어렵다면 사이즈에 대한 고민이 필연적일 것이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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