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올해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한 기업의 상장폐지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2020년 지정감사제 본격 도입을 앞두고 감사의견 거절 사례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기준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폐지한 회사 44곳(스팩 제외, 이전상장 포함) 중 17곳이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를 떠났다.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회사가 10곳이었고, 코리아1~4호 4건의 감사의견 거절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주로 감사범위 제한,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해 발생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회계감사와 감리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진데다 2020년 지정감사제 도입을 앞둔 영향이 반영됐다.

회계법인은 기업으로부터 감사계약을 체결하고, 비용을 받으면서 감사의견을 낸다.

감사를 받는 기업이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는 의뢰인인 셈이다.

그렇기에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현저히 기업의 존속이 어렵거나 내부회계관리가 취약한 경우다.

감사의견 거절이 급증한 것은 2020년 지정감사제 도입을 대비해 회계법인이 좀 더 엄격하게 감사의견을 내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언급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10월에 성지건설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것은 이런 변화의 일환이라고 꼽았다.

2020회계년도부터는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상장기업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과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정감사제 도입 후 다른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이유로 의견 거절을 내 상장폐지가 되면 과거에 감사보고서를 잘못 낸 회계법인에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한 증시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이 1년 사이에 급증한 것은 갑자기 상황이 나빠진 기업이 급증한 것이 아니다"며 "감사의견을 낼 때 포렌식 기법을 사용하면서 회계상의 취약점이 드러나는 곳도 많아졌고, 지정감사제 도입에 대비해 감사의견을 엄격하게 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원양자원이 감사보고서를 이유로 퇴출당하기는 했지만 올해는 국내기업인 성지건설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가 되는 등 이례적인 케이스가 생길 정도였다"며 "내년에는 이런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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