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획재정부가 말로만 확대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엉성한 세수 추계로 올해 최고 20조원 안팎 수준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서다.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초과세수 일부는국채 바이백에 우선으로 쓰이고 있다. 재정이 경기부양보다 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운영된 결과다. 재정이 민간 부문의 여력을 끌어와 빚 갚는 데 쓰는 등 오히려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의 재정동향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세수입 누계가 233조7천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6조6천억원 증가했다. 누적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7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초과세수 규모에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정부가 전망한 국세수입은 268조1천억원 수준이다. 9월말 현재 벌써 87.2%에 이르는 세수진도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 호조 등으로 법인세 수입은 벌써 정부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를 63조원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벌써 65조원을 거둬들여 세수진도율이 103.3%에 달했다.

초과세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부실 세수 추계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 상태로 12월이 되면 30조원이 더 걷힌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예산이 더 걷힌 적이 없었다"면서 "예산편성이 잘못됐다"고 기재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전체 예산이 470조원 가량인데 30조원이나 더 걷힌다는 것은 예산 정책을 오히려 확장이 아닌 축소정책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과세수는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초과세수 규모도 2015년 2조2천억원, 2016년 9조8천억원, 지난해 14조3천억원 등 해마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연말 유류세 인하 등을 감안해도 초과세수 규모가 20조원 수준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느슨한 세수 추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세수를 관행적으로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국가 재정법 등에 따라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연말 국채 순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바이백 규모를 4조원 규모로 유지하는 대신 국채 발행 규모를 3조원으로 줄였다. 적자국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어서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바이백 예상 자금이 다시 국채 시장으로 환류되면서 국채 금리만 낮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2월에는 모두 10조원에 이르는 국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말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지만 시중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당 대표의 추계처럼 초과세수가 30조원에 이르면 어림잡아 GDP의 2%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 돈을 파급 경로도 불투명한 추가경정예산이나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삼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진단이 필요하다.

일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당초 전망보다 많이 거둔 세금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게 소비 진작 등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왕에 낸 세금을 돌려받으면 저축보다는 소비할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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