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태동기였던 1979년에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출발한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33년간 외환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초보자도, 베테랑도 자신 있게 속단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그만큼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주 목요일 김상경의 외환이야기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삶과 알토란 같은 외환지식을 만나면서 '아는 사람만 알던' FX시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외환거래의 기본인 현물환 거래를 모르고는 FX마진거래를 할 수가 없다. 마진 거래의 기본인 현물환 거래의 실제부터 알아보자.



▲외환거래의 기본은 현물환거래

외환을 사고파는 기본거래는 현물환 거래로 이뤄진다. 따라서 현물환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는 외환트레이딩을 잘할 수가 없다. 현물환(spot)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결제가 즉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시의 의미는 거래한 현물환을 결제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일을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시차 때문에 최소한 2영업일의 결제기간을 두기로 약속한 것이다. 결제일 (Settlement date) 이라고 부르고, 거래일 다음 날짜(value tom)를 결제일로 두는 캐나다(CAD)달러를 제외하고 모든 현물환 거래는 2영업일을 결제일로 약속했다. 현물환 거래와 선물환 거래의 구분은 결제일이 2 영업일(Val Spot) 이내의 거래를 모두 현물환거래라고 부르고, 결제일이 2영업일을 넘는 거래는 모두 선물환(Forward)으로 구분한다.



-결제일(Value Date) 표시방법







영업일이란 은행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날을 말한다. 예를 들면, 런던에 있는 은행이 오늘 결제일 (Value today)로 일본엔화 (JPY)를 사고, 미달러화(USD)를 팔는 거래를 하려고 한다면, 런던이 미국보다 시차가 앞서기 때문에 미달러화(USD)는 오늘 날짜로 상대방에게 지급할 수 있겠지만, 엔화(JPY)는 엔화의 결제지인 동경이 이미 문을 닫았기 때문에 오늘 결제일로 지급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제일을 2영업일을 두고 있는 이유는 지구상에 시차의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의 현물환 거래는 거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당일에는 2영업일후의 날짜로 자금수도를 위한 계좌이체 지급전문을 내보내고, 다음 영업일에는 계약 상대방과 계좌이체 신청을 했는지 서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지구상에는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외환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서 거래하는 장소와 결제하는 장소가 다른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예를 들면, 런던의 A 은행이 파리의 B은행과 'USD매입/JPY매도'거래를 했다면, 거래 장소는 런던과 파리지만, 결제지는 뉴욕(미달러화)과 도쿄(엔화)가 된다.

따라서 A은행은 도쿄에 있는 B은행의 엔화계좌에 자금이체를 하고, B은행은 뉴욕에 있는 A은행의 미달러화 예금계좌에 이체를 시킴으로서 거래는 종료된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달러-원 거래는 오전 10시30분 이전에 거래하면 계약 당일 결제일(Val Tod)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미달러화의 결제지인 뉴욕의 타임존은 우리나라보다 12시간~13시간이나 늦기 때문에 오늘 결제일로 이체가 가능하고, 원화는 오늘 날짜로 서로 주고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외환가격을 묻는 사람 vs 가격을 주는 사람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항상 서로 상대방에게 가격을 물어보고, 또 가격을 제시한다. 은행 간의 거래는, 로이터나 EBS 시스템을 이용해 'Buy low, sell high'의 원칙에 따라 매매차익을 얻으려고 시장조성자(market maker)들이 계속 양방향으로 가격을 고시한다. 이들을 가격 제시자(market maker)라고 부른다.

반대로, 시장조성자가 제시한 환율로 외환거래를 수동적으로 거래하는 사람을 가격추종자(market follower)라고 부른다.















-환율표시 관행

외환거래는 항상 두 통화가 연계돼 거래된다. 항상 왼쪽에 있는 통화가 기준통화(commodity currency)가 되고, 오른편에 있는 통화가 상대통화(term currency)가 된다. 유로, 파운드,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를 제외한 다른 모든 통화에 대해서는 미달러화가 기준통화가 된다.

예를 들면, 달러-엔의 경우, 왼쪽에 있는 달러화가 기준통화 1이 되고, 오른편에 있는 엔화가 상대통화가 된다. 그러나 유로-달러는 왼편의 위치한 유로화가 기준통화가 되고, 오른편에 있는 달러화가 상대통화가 된다.

아래 표와 같이 상대통화와 기준통화의 원칙이 있다.









만일 시장에서 유로-달러 1.3275라고 고시된다면, 왼편에 있는 유로화(기준통화) 1을 사는데 오른쪽에 위치한(상대통화) 미달러화가 1.3275가 필요한 셈이다.

만일 시장에서 파운드-달러(GBP/USD) 1.6280이라고 표시가 된다면, 왼편에 있는 1영국파운드화(기준통화)를 사는데, 오른편에 있는 미달러화(상대통화)가1.6280이 필요한 셈이다.

아래 그림에서도 보듯이 외환거래는 항상 양방향의 가격을 모두 제시한다. 가격을 보면 두 개의 가격 중에 왼편에 있는 것이 비드가격이 되고, 오른편에 있는 것이 오퍼가격이 된다.

시장에서 가격제시자는 항상 매입률과 매도율을 동시에 호가한다. 반면, 가격추종자는 가격제시자가 제시한 가격이 좋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매입률 (Bid)이란 가격제시자가 기준통화를 살 때 적용하는 환율이다. 매도율(Offer)이란 가격제시자가 기준통화를 매각할 때 제시하는 환율이다. 항상 환율은 가격제시자의 입장에서 고시된다.

예를 들면, 가격제시자가 USD/JPY 80.25 - 80.30이라고 제시했다면, 가격제시자는 가격추종자로부터 기준통화를 매입하는 경우에 1달러당 80.25엔을 지급하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가격제시자가 USD를 매각하는 경우에 1달러당 80.30엔을 받겠다는 얘기이다.

가격제시자는 항상 매입률이 매도율보다 낮게 고시한다. 이는 살 때는 낮은 가격에, 팔 때는 높은 가격에 거래한다는 원리이다. 매입율과 매도율의 차이를 우리는 스프레드(spread)라고 부른다.

가격표시는 두 숫자로 형성한다. 하나는 빅 피겨(Big figure)의 가격이고, 또 하나는 핍스(pips)의 가격이다. 환율은 표시통화의 최소 화폐단위의 1/100까지 만을 표시한다. 예를 들면, 일본엔화의 경우는 최소 화폐단위가 1엔이므로 1엔의 1/100까지만 표시한다. 그러나 유로화의 경우에는 최소 화폐단위가 1센트이므로, 1센트의 1/100까지만 표시돼 소수점 이하 네 자리까지만 표시한다.

통화가격의 빅 피겨(Big figure)는 작은 폰트로 표시한다. 어떤 브로커는 빅 피겨에 어두운 칠해놓기도 한다. 보통 빅 피겨의 값은 하루 중에도 그리 자주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두 아라비아 숫자가격을 크게 잘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EUR/USD 가격 표시가 1.3993-95라고 고시된다면 1.39는 빅피겨이고 93-95는 비드와 오퍼가격이다.







은행의 딜러(가격제시자)는 고객(가격추종자)이 가격을 물어오면 즉시 가격을 제시해 줘야한다. 가격제시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장 근접한 가격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은 은행딜러의 현재 포지션이 기준통화를 매입해야 되는(숏 포지션)상황이라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시장가격보다는 약간 높게 가격추종자에게 가격을 제시하여 거래를 유도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현재 포지션이 기준통화를 매도해야 할 상황(롱 포지션)이라면 현재 거래되는 시장가격보다 조금 낮게 제시함으로써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만일 시장이 기준통화를 매입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 기준 통화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반대로 기준통화를 매도해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 기준통화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시장이다.

시장에서 좋은 시장조성자(market maker)가 되려면 비드-오퍼의 스프레드가 적고, 가격 제시가격이 시장상황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제시자가 가격레인지를 너무 좁히다보면 가격 변동에 따른 손해에 직면한 위험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정확한 가격제시자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고객확보가 가능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제시자와 가격추종자의 실전 사례

실제로 은행 간 거래는 두 은행의 딜러들이 로이터 딜링시스템이나 EBS를 통해서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아래의 사례는 현물환거래의 전형적인 예로 거래일은 7월 10일 (수요일)이다. 고객 A는 가격추종자(market follower)이고, Bank B는 가격 제시자 (Market maker)이다.

가격추종자는 현물거래 USD/JPY의 가격제시를 요구할 때는 보다 유리한 가격제시를 받으려고 일반적으로 매도 또는 매입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가격제시자에게 가격을 묻는다.

다음은 실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제시자 (Bank B)와 가격추종자(고객 A)간의 거래대화이다.



*그림6*





거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Bank B (가격 제시자)가 제시한 45-48은 'Small figures'이고 호가에서 생략한 '80.00'은'Big figure'이다. Bank B가 1 USD를 80.45 엔에 매입하거나 또는 1 US$를 80.48 엔에 매도하겠다'고 하는 가격제시이다(Firm quotation).

'Firm quotation'이란 'Indication rates'와는 달리 외환시장의 표준거래 규모인 5백만불 내지 1천만불 거래규모까지 거래성사가 가능한 환율이다. Bank B가 일단 환율을 제시하면 가격 추종자인 고객 A가 원할 경우에 가격 제시자인 Bank B는 반드시 거래에 응해줘야 한다.

2)보통 환율 제시는 약 10여초 간이 유효하다. 만일 고객 A가 응답하기 전에 제시한 환율을 변경하려면 Bank B는 'Change'라는 표현을 하며 새로운 환율을 제시해야한다. Bank B는 시장이 급변해 제시환율을 취소할 때는 'Off' 또는 'Off the price'라는 말을 한다.

한편 고객 A가 매매 여부를 신속히 응답하지 않고 지체한다면, Bank B는 'At your risk'라는 말을 하고 제시한 환율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린다.

3)고객 A는 Bank B에게 5백만 달러를 80.45 JPY에 매도했다. 이때 “'I sell'대신에 'I give' 또는 'Yours'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한편, 기준통화를 매입하는 경우에는 고객 A는 'I buy', 'I take' 혹은 'Mine'이라는 표현을 쓴다.

만일 고객 A의 거래 금액이 평균(Standard size)보다 크거나 작은 경우에는 환율제시를 Bank B에게 요구할 때 미리 'in large' 혹은 'in small'이라는 표현을 쓴다. 만약 Bank B가 제시한 가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고객 A는 'nothing there,

thank you'라고 대답한다.

딜링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고객 A는 여러 은행의 가격을 동시에 물어볼 수 있어서 가격이 가장 좋은 가격제시자와 거래할 수 있다. 만일 고객 A가 처음부터 거래 자체보다는 가격탐색의 목적이 있었다면, 고객 A는 'firm rates' 대신 'indication rates'라는 표현을 써야한다.

4) Bank B는 거래가 체결됐다(done)고 말한 다음,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결제일

(7월12일), 매입환율(80.45), 그리고 거래금액 (USD5 MM)을 확인한다. 다음에 매입한 USD를 미국의 한 은행계좌(Nostro Account)에 이체해 달라고 요구하고, 매도한 JPY는 상대방에 이체할 예금구좌(Vostro Account)를 묻는다.

5) 고객 A는 매입한 일본엔화(JPY)를 UBS TOKYO (Nostro Account)에 이체해 줄 것을 요구한 다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바로 이런 절차로 외환거래가 성립된다.



이러한 거래가 체결되는 데는 약 20 여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보통 하루에 1만여 건을 상회하는 외환거래를 행하는데, 시장조성의 성공은 환율 문의에 대해 빠른 응답과 좁은 스프레드에 달렸다.스프레드는 보통은 '3~5 pips'이지만, 시장이 불안정한 경우에는 '50-100 pips'까지도 확대되기도 한다.



필자 연락처: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50-8 한국국제금융연수원(☎02-77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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