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평가를 앞두고 인적 제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 자금세탁방지실은 올해 들어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내린 검사제재에서 1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적 제재를 포함했다.

올해 자금세탁방지실이 은행·증권·카드사 등 금융사에 인적 제재를 내린 사례는 총 11건으로, 이 중 임원 주의가 3건, 직원 주의가 6건, 직원에 대한 자율처리 필요가 2건이다.

지난 4월 농협은행이 뉴욕 지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업무 관리 부실로 임원에 대한 주의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금세탁방지실이 설치되기 전 감독총괄국의 인적 제재에 비해 늘어난 수준이다. 감독총괄국의 경우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주로 기관 제재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독총괄국은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신한금융투자와 KB손해보험, 교보생명, 메리츠해상화재 등의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비에 대해 기관주의 또는 개선 조치를 내렸다.

이같은 조치는 내년 1월부터 본격화되는 FATF 상호평가에서 감독당국의 효과적인 제재 수행을 주요 항목으로 보는 데 따라 자금세탁방지실을 중심으로 취해지고 있다.

FATF는 지난 2009년 3차 상호평가에서 금융회사의 감독 및 규제 항목에 대해 검사의 범위가 제한적일뿐 아니라 자금세탁방지 범죄 수익 몰수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조치를 주요권고사항으로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영 유의나 개선에 그쳤던 조치를 이제는 인적 제재 조치까지 내리는 방향"이라면서 "단순히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여부만 보는 점검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시스템 운용이 어떤지, 고액거래나 의심거래 등을 보고할 체계가 충분히 갖춰졌는지 심도 있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자금세탁방지 관련 검사 방식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1주일가량 진행했던 검사 기간을 2주 정도로 늘렸다.

위험기반접근법(RBA)에 따라 권역별로 리스크 분석을 한 후 리스크가 높은 곳을 위주로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전체 시스템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RBA는 금융권역과 회사, 고객, 상품 등에 따른 자금세탁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리수준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2012년 FATF 권고사항 개정안에 전면 도입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방식으로 실행한 검사 결과가 나올 내년에는 인적 제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최근 '자금세탁방지제도 관련 금전적 제재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현행 최대 1천만 원에 불과한 과태료의 상한을 높이는 등 금전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나섰다.

앞서 정부가 실시한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에서도 은행업권은 무역금융, 현금관리 서비스, 코레스 뱅킹 등 자금세탁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자금세탁 위험이 가장 높다고 지적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관에 대해 주의나 개선조치가 내려오는 것과 직원에 대해 직접적인 인사조치가 들어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특정 사안에 대해 결국 직원 개인이 피해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더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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