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 절실한 KB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지난해 11월 삼성증권과 맺은 3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은 지난 26일 종료됐다.

작년에 발표한 자사주 매입 절차가 사실상 완료되면서 시장에선 또다시 추가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은행업종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주가를 생각한다면 지금이 자사주 매입의 적기기 때문이다.

KB금융 연중 최고 주가는 지난 1월 12일 기록한 6만9천200원, 최저치는 이달 21일 기록한 4만5천900원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분기마다 경신했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3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해까지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 각종 이벤트로 주가가 급등한 효과가 사라지며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은행업종 전반이 주가 측면에서 부진했지만, 그간 많이 오른 종목에 더 많은 매도세가 몰린 셈이다.

이에 시장은 KB금융이 연말을 앞두고 추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매입 추세를 고려해 이번에도 2천억~3천억 원 정도 자사주를 사들일 것이란 기대가 크다.

KB금융 내부적으로도 자사주 매입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데 비해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쌓여가는 자사주 잔고다.

단기간 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은 지름길이 될 수 있지만, 활용 방안 없이 무작정 늘리기엔 부담이다.

KB금융은 이미 지난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1조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전체 시가총액의 5%가 넘는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M&A나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대표적인 자사주 활용 방안으로 손꼽는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 M&A 시장에서 KB금융은 줄곧 대표적인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실제로 KB금융은 자사주를 활용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자본 효율을 높였다.

현재도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국내외 시장에서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전일 매각이 공식화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 대상이다.

부쩍 해외 기업설명회(IR)에 공들이는 KB금융이 전략적 투자자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조 원이 넘는 자사주 잔고는 자칫 행오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규모"라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안도 있지만, 국내 금융회사를 이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M&A를 통한 자사주 활용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신한금융지주의 사례처럼 장기투자 성격의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주주 구성을 다변화하는 것도 대규모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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