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정부가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근로자추천이사제 공청회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당초 올 연말 개최하려고 했던 근로자추천이사제 공청회를 내년 중에 열 계획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상호금융중앙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근로자추천이사제 공청회는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공청회 시기가 늦어지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근로자추천이사제 관련 공시를 강화하려 했던 계획도 함께 미뤄졌다. 당초 금감원은 올해 4분기부터 금융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와 제도 내용, 근로자추천이사 선임 사유 등 관련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었다.

윤 원장이 취임 초 강조했던 근로자추천이사제 논의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 7월 취임 두 달을 맞아 금융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근로자의 경영 참여 논의에 불씨를 댕겼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청회를 내년 중 언제 열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시기를 구상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본격적인 근로자추천이사제 논의가 이뤄질 것인지도 미지수다.

금융권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지주 주주총회는 대부분 내년 3월에 몰려 있다. 3월 전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내년에도 근로자추천이사제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노조는 지금껏 근로자추천이사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KB금융지주 노조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주총에 주주제안 안건으로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들고 나왔으나 모두 부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도입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한다면 금융노조는 내년 주총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 안건을 상정해도 또 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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