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호텔롯데가 차입과 사채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채권자들과 약정을 체결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별도기준 호텔롯데는 총차입금 5조2천861억원 중에서 2조3천685억원에 대해 원리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재무비율 유지, 자산 처분제한, 담보권설정제한 등을 지킨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재무비율은 부채비율 100% 이하, 이자보상비율 3.5 초과를 유지해야 한다. 자산 처분은 한 회계연도당 2조원 미만으로 제한된다. 담보권 설정은 순유형자산의 30% 이하, 자기자본의 300% 이하로 제한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호텔롯데 차입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작년부터 사드(THAAD) 여파로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며 "이 때문에 채권자가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재무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이자보상비율 등 약정을 지키지 못했다. 실제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호텔롯데 이자보상비율은 1.8에 그쳤다. 약정 기준인 3.5에 못 미쳤다.

지난 2014년만 해도 호텔롯데 이자보상비율은 10.9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자보상비율은 2015년 4.9, 2016년 4.8, 작년 -0.2를 기록했다.

이처럼 호텔롯데가 이자보상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자금조달비용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률을 금융비용부담률로 나눈 것과 같다. 이자보상비율이 상승하려면 영업이익률이 올라가고 금융비용부담률은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금융비용부담률은 상승했다.

실제 호텔롯데 영업이익률은 2014년 10.3%, 2015년 7.5%, 2016년 6.5%, 지난해 -0.3%, 올 3분기 4.2%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비용부담률은 0.9%, 1.5%, 1.4%, 1.5%, 2.4%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만, 호텔롯데가 약정을 지키지 못한 것이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추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약정은 'OR'가 아닌 'AND'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안 된다"며 "이자보상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채권자들이 심사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 이후 채권자들은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거나 상황을 지켜본다"며 "채권자들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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