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시중은행의 오토론(자동차대출)에 근저당권 설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캐피탈사 등 2금융기관에서 '이중대출'이 성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보증보험만 믿고 무분별하게 오토론 대출을 늘려온 부작용이 2금융권에 리스크 폭탄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2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오토론 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 약 4조9천300억 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2조 원 이상 급증했다.

은행 오토론은 2015년 말 1조 원에도 못 미쳤으나 2016년 말 1조5천억 원, 2017년 말 2조5천억 원, 2018년 3월 3조1천억 원 등으로 급증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오토론 시장 쏠림이 더 가속화되면서 올 연말까지 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오토론은 최근 3개월간 소득 증빙만 있으면 별다른 심사 없이 최대 1억 원까지 하루 이내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권 오토론 최저금리는 연 3.4~3.8% 수준으로 4.0% 안팎인 캐피탈사 금리보다 낮은 편이다.

은행 오토론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대출금 전액에 대해 보증을 받는다.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서울보증의 신용보증을 통해 100%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리스크가 없는 셈이다.

보증보험에 대한 수수료를 최대 2%가량 지급하지만, 이 수수료는 대출금리에 반영해 대출자에게 받으면 된다.

문제는 은행 오토론이 자동차 근저당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캐피탈사들은 고객이 은행의 오토론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자동차 한 대로 2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이중대출이 가능한 규제 사각지대인 셈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고 있지만, 은행 오토론 대출 금액을 알 방법이 없다 보니 포함해 계산할 수도 없다"면서 "은행은 리스크 없이 오토론으로 이익을 취하지만 다른 금융사들에는 리스크 폭탄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일부 딜러와 고객들은 은행 오토론과 캐피탈사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방법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규제 강화로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오토론과 같은 소액 신용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연체율 급등 등 향후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부실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손쉬운 이중대출로 모럴해저드가 커지고, 상환부담에 따른 연체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증요건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오토론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100% 보증을 받는 데 대한 부작용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 일환에서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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