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두 축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해온 연준은 2015년부터 금리를 올린 데 이어 2017년 10월부터는 보유 자산을 줄여나갔다.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연준은 2015년과 2016년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자 지난해 3차례, 올해 3차례 인상을 계속해 금리를 2∼2.25%까지 끌어올렸다. 기정사실로 된 12월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2.25~2.5%가 된다. 2%대 중반까지 왔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었고, 경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에 연준이 분기에 한 번씩 올리는 게 당연했다. 이제는 경기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이상 금리로 불리는 중립금리에도 가까워져 갈림길에 서 있다.

금리 인상보다 늦었지만,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 숙제도 착실히 해내고 있다.

시장에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겠다는 목표로 그동안 돈을 풀어 매입해 놓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내다 팔았다.

대차대조표 축소 직전인 2017년 9월 말 연준의 보유 자산은 4조5천억 달러(국채 2조5천억 달러, MBS 1조8천억 달러)에서 지난 10월 말 4조1천억 달러(국채 2조3천억 달러, MBS 1조7천억 달러)로 줄었다. 부채 역시 2조2천억 달러의 지급준비금에서 1조8천억 달러로 내려갔다.

대차대조표 양변이 1년 새 몰라보게 달라진 셈이다.

중앙은행은 더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때 유가증권을 매입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쓴다. 연준은 2008년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후 20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를 했다.

돈을 푸는 것과 달리 거둬들이는 것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거의 10년 동안 돈을 푸는 데만 익숙해져 있는 시장이어서 연준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연준은 국채와 MBS의 보유규모 축소 한도(cap)를 월별로 설정했고, 이 한도를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갔다.

초기 축소 한도는 국채 60억 달러, MBS 40억 달러였다. 이후 3개월 간격으로 4차례에 걸쳐 각각 60억 달러, 40억 달러로 증액해 올해 10월부터는 국채 300억 달러, MBS 200억 달러의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보유 자산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다 보니 연준은 만기도래분도 고려, 만기도래분이 축소 한도를 넘으면 그 차이만큼만 재투자했다. MBS는 올해 10월부터는 만기규모가 축소 한도를 밑돌아 201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재투자가 없다.

돈줄을 틀어쥐는 연준의 영향력은 바로 나타났다.

'큰 손'이 국채를 내다 팔아서 국채 값은 내려가고 국채금리는 올랐다. 큰 수요처던 연준의 변심으로 MBS 재투자도 줄어 국채와의 격차인 MBS 스프레드는 더 벌어졌다.

뉴욕 연준 조사 결과, 시장참가자와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대차대조표 축소 시작 이후 1년간 10년 만기 국채 국채금리에 7~10bp의 상승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년간 13~18bp 정도의 추가 상승압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MBS 스프레드에는 최초 1년간 5~10bp, 이후 2년간 10~15bp 정도의 상승 요인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효연방기금금리(EFFR)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중간 정도에 있어야 할 EFFR이 기준금리 상단에 바짝 붙었다. EFFR과 지급준비금 규모와는 역의 관계에 있다.

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올려야 할지 만큼이나 대차대조표를 언제까지, 얼마까지 줄여야 할지 연준의 고민은 깊다.

연준은 자산은 장기적으로 통화정책 효율적·효과적 수행에 필요한 규모만을 국채 중심 자산으로, 지급준비금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정도만 밝힌 상태다.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 내부적으로 대차대조표 규모와 구성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지만, 11월 FOMC에서 언급은 없었다.

월가에서는 대차대조표 정상화가 내년 말이나 2020년 초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EFFR 흐름을 볼 때 내년 9월에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연준 보유 자산 규모가 3조6천억 달러, 지급준비금은 7천5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상화의 길에서 연준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금리 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 모두 점진적이고 예측할 수 있게 진행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았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과 내후년. 연준이 나머지 절반의 성공도 거둘지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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