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시대에 접어들며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금융감독원에도 유연근무제 직원이 급증하고 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내 탄력근무제를 이용하는 직원(정규직·비정규직 포함)은 현재 302명으로 지난 5년 사이 약 12배 늘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금감원에서 탄력근무제를 이용하는 직원은 2013년 2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8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탄력근무제 인원은 지난 9월까지만 집계해도 302명에 이르며 이는 금감원 전체 직원(2천175명)의 13.88% 수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시차출퇴근형은 181명, 근무시간 선택형은 121명이다.

시차출퇴근형은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원래 오전 9시인 출근 시간을 오전 8시와 8시 30분, 9시 30분, 10시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근무형태다. 직원의 출근 시간에 맞춰 퇴근 시간도 30분 단위로 조정된다.

근무시간 선택형은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주중 몇 차례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근무형태다. 예를 들어 지방 파견 근로자가 서울에 오거나 야간 대학원을 다니는 직원이 수업을 듣기 위해 퇴근을 일찍 하면 그 다음 날 미처 못 채운 근로시간을 충당하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육아나 학업을 병행하는 직원들에게 탄력근무제를 권장한 문화가 한몫했다"며 "모든 부서에서 골고루 탄력근무제를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탄력근무제 확산은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했던 금감원도 워라밸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업무량이 많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등 업무 강도가 센 조직이었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금감원은 내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지난 5월부터 부서별로 매달 한 차례씩 '가정의 날'을 시행해 일찍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일요일 근무도 감소하고 있다. 일요일 출근이 '상식'처럼 여겨지던 이전과 달리 최근 들어 일요일 근무자가 확 줄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 본인부터 주말에 출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직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감원 직원은 "탄력근무제가 활성화되고 있다지만 이를 활용하는 이들은 아직 일부 주무역과 임산부, 지방 단신 부임 직원들에 몰려 있는 것 같다"며 "일반적인 금감원 직원들은 이러한 변화 추세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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