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의 공장 폐쇄를 빌미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수입차 관세 카드가 G20 회의를 며칠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적인 동맹국을 압박해 미·중과의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은 이 문제(자동차 관세)에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라며 "GM 사태 탓에 이것이 현재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GM을 빌미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을 직접 시사한 것이다.

앞서 GM은 북미 사업장에서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공장 폐쇄 계획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최대 1만4천 명의 인력을 줄인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트럼프의 트윗은 이르면 다음 주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를 발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 이후 나와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자동차 수출국들을 긴장시켰다.

이미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위한 상무부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백악관에 제출된 상태다. 최근 트럼프와 미 고위 통상관리들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논의한 뒤 자동차 관세 결정을 일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통상 협상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자동차 관세 부과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 보류이지 정책을 완전히 수정한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G20 회의에서 미·중간의 무역협상이 일단락된 후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

트럼프는 과거 이러한 위협을 자동차와 관련 없는 무역 문제에서 다른 나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시점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앞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역상대국들과 한자리에 만나는 자리에서 이들을 압박해 중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GM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비판해왔으며 올해 초 중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도 보복 대응에 나서 현재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4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2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중국 관세와 같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의 무역 담판을 앞두고 자동차 관세 문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세 협박은 유럽이나 일본, 한국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WP는 이날 트윗은 G20 회의를 앞두고 다른 나라 정상들에 극단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해외 정상들에게 보복할지 아니면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할지를 신속하게 결정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물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한국 문재인 대통령 등과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담에서 자동차 관세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동맹국의 협조를 얻어내 중국을 압박하는 또 다른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무부의 최종 조사보고서는 수주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부의 보고서가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결정을 90일 이내 내려야 한다.

이달 워싱턴을 방문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산 여러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EU와 진행되는 무역협상은 물론 지난 9월 미국과 일본이 차 관세를 보류하고, 물품무역협정(TAG)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 합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1964년 미국이 수입 소형트럭에 부과한 25%의 관세인 "치킨세"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치킨세는 당시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산 가금류에 대해 관세를 매기자 미국이 보복 대응으로 소형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말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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