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 전산 오류 사건과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을 예로 들며 국내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29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의 금융, 새로운 금융감독'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 2부 '금융소비자보호의 새로운 관점'에서 "국내 금융사 가운데 책임 추궁이 두려워 본인의 잘못을 소비자 잘못으로 돌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 부원장보는 "지난 겨울 한 생보사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보험료 자동이체를 통한 청구파일 생성에 실패하자 전일 보험계약이 해지된 수백만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보험 자동이체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전산장애가 해결된 이후 이 생보사는 부당 이체 금액을 고객에게 반납했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부당한 자금이탈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회사의 편의를 위해 고의로 의사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전산장애로 지난 1월 24일 자 기준 계약자료를 이용한 보험료 자동이체에 실패하자 24일 하루 동안 보험계약이 해지돼 이용할 수 없는 개인신용정보 439건을 자동이체 수행에 이용했던 사건을 말한다.

또 최 부원장보는 "올해 4월 한 증권회사 직원은 28억 원의 현물배당 대신 28억 주를 입고했고, 일부 직원은 이것이 잘못 입고된 주문인 것을 알면서도 주문 매도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 내용이다.

그는 "금융기관은 혁신을 추진하되 시장과 소비자에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무책임한 혁신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더 나아가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원장보는 "고의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은 다시는 금융산업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제도·문화적인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 네덜란드 대사도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금융기관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로디 대사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콘퍼런스에 참석해 OECD 가입국 인구의 43%만이 금융기관을 믿는다는 통계치를 봤다"며 "신뢰가 부재하면 사람들은 서로뿐만이 아니라 사회와 단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신뢰는 세계의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며 "금융기관이 신뢰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위지낸드 누이츠(Wijnand Nuijts) 네덜란드은행(DNB) 임원은 발표자로 나서 행태·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감독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감독당국은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금융기관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의 행태와 문화에 관한 감독을 제대로 하게 되면 이전보다 효율적인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감독을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삼성·구글·스타벅스·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감독기구 및 연구소 등 총 19개 기관이 참석해 미래 금융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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