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회계기준이 강화되면서 비상장, 소형 바이오기업들은 더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잡히던 R&D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재무제표가 적자로 돌아서다 보니 은행 대출이 막히는 등 자금적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생기고, 이 때문에 최근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로 본사 이전을 고려하는 곳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바이오기업의 R&D 비용 중 신약은 임상 3상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는 임상 1상부터 자산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간 바이오기업들이 실용화 가능성이 적은 R&D 조차 자산으로 잡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R&D 비용 자산화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차바이오텍의 경우 R&D 비용의 자산화 비율이 71.1%에서 19.4%로 50%포인트 넘게 줄어들었고, 메디톡스도 39.1%에서 14.1%로 25%포인트 감소했다.

셀트리온과 바이로메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기업도 R&D의 자산화 비율이 10%포인트 이내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보다 규모가 작은 비상장, 중소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고민은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더욱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 비상장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더니,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갑자기 재무제표가 적자로 돌아서서 은행 대출이 막혔다는 어려움을 토로한 곳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은행에서는 당국의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바이오기업의 재무제표만 고려해 대출 여부를 산정하다 보니 이렇게 자금난을 겪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본사를 한국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까지 옮기는 것을 고려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조 자체가 중소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라는 것인데, 가장 잠재력이 높다고 손꼽히는 바이오기업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jy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