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민재 기자 =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증설 프로젝트가 자동차업황 부진의 암초까지 만나며 끝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30일 "최근 세계적으로 자동차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 여전히 (투자 재개와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한국타이어는 헝가리법인의 트럭-버스 타이어(TBR) 공장증설을 위해서 3천78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유럽내 TBR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재개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내부 회의 끝에 관련 계획을 보류한 이후에도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부지확보와 시공업체 선정 등 프로젝트 추진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으나, 헝가리 현지 경기와 물가, 인건비 등을 고려해 진입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헝가리 현지 시공업체 등을 상대로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보상절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럽내 TBR 생산이 공급과잉에 직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국타이어 또한 쉽게 증설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현지 업체들이 생산규모를 감축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TBR 공급과잉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헝가리 정부와의 협상이 쉽지 않았던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헝가리 공장은 한국타이어의 유럽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처음에는 승용차용 타이어의 생산·판매를 전담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TBR 증설을 통해 유럽 상용차시장까지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최근에는 자동차 경기가 크게 꺾이면서 추가로 수급이 조절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라는 평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발표한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유럽지역 자동차(승용·상용) 판매는 지난 2007년 2천240만여대에서 2017년 2천9만여대로 10년 사이 1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판매에서 유럽지역 자동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1.3%에서 20.9%로 10.4%포인트나 줄었다.

생산 규모 또한 2007~2017년 사이 유럽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는 2만2천252대에서 2만1천322대로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전 세계 생산에서 유럽산 자동차가 차지한 점유율은 29.9%에서 21.6%로 8.3%포인트 하락했다.

유럽 내 상용차 생산·판매도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 2015년 유럽 내 상용차 생산은 246만734대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지만, 2017년 상용차 생산량은 270만9천726대로 3.8%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 상용차 생산 비중은 9.9%에서 10.9%로 1%포인트(p)가량 확대되는 데 그쳤다.

한국타이어의 TBR 증설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기도 하다.

한편, 현재 한국타이어는 국내 2곳과 해외 8곳의 생산거점을 보유한 상태다. 이 가운데 TBR 생산시설을 갖춘 곳은 국내와 중국 공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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