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과도한 인력 감축을 요구하는 등 내년도 예산안을 높고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두 기관이 최근 들어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예산 심사를 빌미로 '군기 잡기'에 나서자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진행하면서 팀장급 이상인 1~3급 직원 비중을 43.3%(3월 말 기준)에서 35%로 줄이겠다는 계획안을 냈지만,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올 초 16개 팀을 감축했고 내년 중 15개 팀을 추가로 없애겠다는 입장이나 방만 경영 해소를 위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간에 인력비용 구조를 개선하다 보면 인사적체가 더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명예퇴직 등 인력순환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금융위가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거부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성과급 등 인건비뿐 아니라 각종 비용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대며 금감원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상급기관인 금융위로부터 매년 예산 심의를 받아오고 있지만 유독 올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두 기관 수장들은 여러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금감원이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회계감리 조치 결과를 사전 통보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금융위와 갈등을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위는 시장 혼란 등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금감원이 단독 결정했고, 삼바 안건 심의 과정에서도 두 기관의 불협화음은 계속됐다. 결국,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K뱅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의 공동해명 요구를 금감원이 거절한 것도 갈등의 촉매제가 됐다.

금융위는 K뱅크 예비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를 당시 금감원장이 구성한 만큼 공동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윤석헌 금감원장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금융위가 인가해준 만큼 해명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운영 중인 각종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금감원이 금융위 정책과 법 개정에까지 개입하면서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지난 9월 발표한 내부통제 혁신안 42개 중 대부분이 금융위와 협의해 법 개정이나 감독규정을 개정 사안이다. 그런데도 사전 협의 없이 업무를 추진한 것이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이 운영하는 모든 TF에 대한 보고를 요구했다.

금감원이 운영 중인 보험산업 감독 혁신TF 발표가 당초 이달 말에서 내달로 연기된 것도 이 같은 영향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종 방안이 나오기 위해선 금융위 권한인 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두고 윤 원장이 변호사 입회를 반대 의견을 내자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라며 공식적으로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양 기관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자칫 효율적인 금융정책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정책의 큰 틀을 짜고 금감원은 이에 협조에 정책을 실행하고 금융회사들이 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주요 업무인데 지금은 영역 싸움으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수장들 간의 갈등으로 비치지 않도록 각자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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