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하강 국면이라는 판단을 유보하면서 시장과 큰 시각차를 나타냈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강 국면이라는 경기 판단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내년 경제를 예상해보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 있지만, 교역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은과 달리 다른 연구기관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통위 하루 전인 지난 29일 "최근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국내 경제는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하강을 인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제조업은 이미 식고 있었다"며 "감가상각이 10년에 걸쳐 이루어진다면 설비투자가 매년 10%씩은 늘어나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비투자가 감가상각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감가상각 효과를 고려하면 통계상의 투자 감소폭보다 제조업의 위축이 더 심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지난 5~9월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9월 감소폭은 19.1%에 달한다.

10월 들어 투자는 9.4% 증가로 반등했지만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떨어진 98.4를 나타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2.7%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4월, 아니면 7월 정도에는 (한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도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하면 당연히 성장률에 영향을 준다"며 "(금리를) 올리면 코스트를 높이기 때문에 소비·투자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의 효과가 당장 한국은행의 내년 1월 경기 전망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승원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실물에 영향을 주려면 최소 2~3분기는 걸린다"며 "당장 1월에 전망치를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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