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며 이자이익 늘리기가 어려워진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골몰해 자칫 소비자보호에 소홀히 할 우려가 있어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영업 관련 검사를 늘리기로 했다.

수수료 이익을 위한 판매에 치중한 불건전 영업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신탁상품에 파생결합증권(ELS)이나 기타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해 판매하는 ELT(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와 DLT(파생결합증권신탁), ELS와 DLS를 펀드에 편입한 ELF(주가연계펀드), DLF(파생결합증권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예금 상품이 아닌데도 은행에서 판매된다는 이유로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금감원이 실시한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미스터리쇼핑 결과에서도 은행들은 증권사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12개 은행 중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인 '우수' 등급을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양호'(80점 이상)로 평가받은 곳은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두 곳뿐이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60점대를 받으며 '미흡'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한국SC은행은 60점이 채 되지 않았다.

특히 고령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다. 이들을 위한 전담 창구가 없거나 별도의 확인을 거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고위험 투자 상품을 권하는 은행 점포도 다수 발견됐다.

기본적인 녹취 시스템 등을 갖추지 않은 곳도 많았다.

현재 금감원은 '미흡'과 '저조' 등급을 받은 은행에 고위험상품에 대한 판매 개선 계획을 요구한 상태다.

신탁과 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이익에 대한 은행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결합증권 같은 고위험상품은 투자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출규제로 이익 내기가 어려워진 은행의 영업 환경을 고려할 때 이 부분에 대한 검사와 감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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