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황금 개띠의 해라는 무술년(戊戌年)은 고달픈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연초 전망이 적중했다. 국채 장단기물 금리 역전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의 엇박자 금융정책으로 채권 수익률 역전 등 금융시장 왜곡 현상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민평 기준으로 국채 30년물 금리는 연 1.988%를 기록했다. 국채 20년물 2.045%와 국채 10년물 2.110%보다 낮다. 이날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25bp 인상한 시점이다. 기준금리 인상한 날 만기 30년짜리 금리가 1%대 진입하는 등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국채10년물은 지난 5월14일 2.786%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림세를 이어왔고 국채20년물은 8월16일 2.437%를 기록한 뒤 빅랠리를 펼쳤다. 국채30년물은 5월9일 연 2.764%를 찍은 뒤 76.6bp나 빠져 1%대로 진입했다. 피셔방정식 기준으로 보면 30년 뒤 우리의 미래는 참담하다. 피셔방정식에 따르면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에 인플레이션율의 합이다. 30년 뒤 인플레이션이 2%에도 이르지 못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참혹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국채30년물의 장내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9일 연 2.763%를 기록 한 뒤 빅랠리를 펼치며 급락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보험사에 조기도입하려는 정책과 왜곡된 국채 수급이 맞물려 장기물 중심의 수익률 역전 현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2022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채를 시가평가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게 가장 큰 현안이 됐다. 보험권은 연초부터 국채 장기물 중심으로 식탐을 드러내며 매물이 나오는 대로 담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수익률 곡선 정상화를 위해 장기물 비중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메아리 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다급해진 보험권 등의 매니저들은 해외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성과가 신통찮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 19.60원 기록할 정도로 서울 외화자금시장의 수급도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 강국인 싱가포르 등도 도입하지 않은 IFRS 17의 조기 도입을 치적처럼 생각하는 금융당국, 수급 구조를 외면한 재정당국, 왜곡된 fx 스와프포인트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외환 당국의 무능 삼박자가 합쳐진 결과가 미국채 30년물보다 100bp나 낮은 국채30년물 수익률로 나타나고 있다.

채권쟁이에게 무술년 한해는 너무 힘들었다. 황금 돼지띠의 해라는 2019년 기해(己亥)년에도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암담하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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