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일회성 마케팅 자제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혈경쟁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분을 마케팅 비용 절감보다 부가서비스 축소·연회비 인상 등으로 메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특정 가맹점에서의 무이자 할부·할인·캐시백 지급 등 일회성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12월 한 달간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구매 시 18만 원 청구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SKT, KT, LGU+ 제휴몰에서 스마트폰 구입 후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전월 실적이 없더라도 통신요금을 매월 2만 원씩 최대 9개월 할인해주고 12개월 무이자할부도 가능하다.

국민카드가 이달 진행하는 이벤트는 약 120개다. 1~3개월 동안 진행하는 이벤트도 있지만, 1년 내내 계속되는 할인·무이자할부 이벤트도 상당수다.

신한카드는 이달 말까지 중고차 브랜드인 리본카 구매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320만 점의 마이신한포인트 및 주유권 등을 제공하고, 현대카드는 레스토랑·커피전문점·인터넷면세점에서 최대 50% 포인트 사용과 신규 카드 발급 후 10만 원 이상 사용 시 연회비를 돌려주는 등의 이벤트를 이달 시작했다.

우리카드는 최대 7개월 무이자할부, 항공권 최대 26% 할인 등을 비롯해 인천공항에서 우리카드 결제 시 식음료 매장 10% 할인·라운지 1+1 이벤트를 1년 내내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모든 카드사는 아이폰XS 등 고가의 스마트폰을 약정 기간 최대 100만 원 이상 할인해주는 제휴카드를 출시해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특정 쇼핑몰 이용 시 최대 10만 원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일회성 마케팅은 기존 카드상품 약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서비스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과도하게 쓰는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매년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수년간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 데에도 일회성 마케팅 영향이 컸다고 보고있다.

올 상반기 기준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 등 기타 마케팅 비용은 5천374억 원으로, 금융당국은 이 비용을 줄여 수수료 인하를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전체 마케팅 비용에서 일회성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남짓에 불과할 뿐 아니라, 실제 수수료 인하를 감내하려면 기존 신용카드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이거나 연회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카드를 보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탑재한 상품이 있는 게 사실이고 이를 줄여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일회성 마케팅은 시장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카드사가 한꺼번에 중단하면 몰라도 먼저 나서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중으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다음 달까지 일회성 마케팅 축소를 골자로 한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수수료 수익에 비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카드사의 과당경쟁에 기인한 불요불급한 일회성 마케팅 지출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간 과당경쟁 심화로 자율적 감축이 어렵다고 보고 정부와 카드업계가 함께 마케팅 관행 개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부가서비스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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