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법원 수뇌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그 여파가 신한금융지주로 번졌다.

박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신한금융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새 사외이사를 모셔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4일 사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일 박 전 대법관에게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이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5일께 결정된다.

신한금융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이상경 전 사외이사를 대신해 법률 전문가로 박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사외이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 신한금융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임원의 범주에 속하는 사외이사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에만 직이 상실된다.

범죄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구속영장 발부나 재판 과정의 결과만으로는 직을 잃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으로 직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곤란한 경우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럼에도 사외이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신한금융에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법관은 현재 신한금융 이사회 중 5개의 소위원회에 소속돼있다.

보수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이다. 이중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8월 이후부터 이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도 불참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성량 사외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추가 배치했다.

그간 박철(위원장)ㆍ박병대ㆍ박안순ㆍ최경록 이상 4인으로 구성돼 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5인 체제가 됐다.

신한금융은 일단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사회 활동에 부담을 느낀 박 전 대법관이 스스로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게 되면 후임 사외이사 역시 법률 전문가 중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명의 사외이사 중 법률 전문가는 박 전 대법관뿐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상시 사외이사 후보군은 총 182명이다. 이중 법률 전문가는 27명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의 확정판결이 아닌 이상 구속영장 자체가 결격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다만 사안에 따라 직무를 행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선 정식으로 관련 법률을 다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서도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이들의 관리에 대해 충분히 강조했다"며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유고 시 공백을 메우는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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