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급등했던 집값이 안정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둘째 주에 61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추세적 하락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남을 중심으로 그동안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곳에서는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1년 여간 지속됐던 폭등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셋값도 하락추세로 접어들었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최근 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겨울에 이사수요가 많지 않고 연말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셋값의 하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13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관망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적어도 '심리'만큼은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도 무방한 것 같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전국에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과열됐었으나 지금은 그러한 분위기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며 가장 스트레스받는 뉴스를 양산한다는 오명을 들었던 부동산 시장이 이제는 비난의 대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 못 사면 영영 내 집 마련이 힘들 거라는 서민들의 불안감은 정말로 해소됐을까. 집값이 내려갔다는 뉴스가 무색하게 서울 각 지역에서 매매되는 부동산 실거래가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곳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강남 등 1급지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높았던 호가는 조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실제 거래되는 집값은 아직 상승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키 맞추기가 진행되는 과정에 나오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는 어느 정도 잡았으나 실제 상승세를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수요억제의 끝판왕인 9·13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나 집값을 잡으려면 좀 더 많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요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 부문에서 정부가 공언한 대책이 하루빨리 실행되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교통이 좋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고, 임대주택 건설도 늘려 안정된 주거를 원하는 서민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효과를 본 대출 규제에 더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도 필요하다. 빚내서 집 사라는 과거 정부의 정책이 통할 수 있었던 건 대출 금리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거주의 의미가 퇴색하고 투기의 온상이 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과도하게 낮은 금리를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집값을 교란했던 비정상적인 갭투자의 관행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12월 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6월 1일부터 보유세가 인상되는데, 집값을 잡는데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애써 만든 부동산 대책이 국회에 발목 잡히거나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면 집값 상승의 불씨는 언제든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변질될 수 있다. 애써 잡은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후속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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