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밑돌면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글로벌 경기, 인플레이션, 미국 통화정책 등에 대한 전망이 수정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켓워치는 4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이유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 ▲일드커브 베팅 강화,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등으로 꼽았다.



◇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10월 미국의 실적 발표 이후 무역 전쟁 여파가 내년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시장은 이를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무역협상에도 양측이 단 시일 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급부상했다.

무역 전쟁은 올해 글로벌 성장세에 직접적인 타격이 돼 왔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올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무역 전쟁이 지속할 경우 글로벌 성장 둔화로 미국도 내년 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체적으로 투자가 가속화되지 않고 있다"라며 "투자가 없으면 감세도 단지 '설탕 효과(sugar high: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한 일시적 과잉 흥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이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라며 "너무 늦었다. 성장 둔화는 되돌릴 수 없다. 관세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또다시 3개월 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 연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중립금리 발언에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현 금리 수준이 중립금리 추정치의 바로 밑에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 종료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연준의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면서 언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를 주시해왔다.

톰스 CIO는 "연준이 자신들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성장 전망이 점차 경기 주기상 둔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은 전달 2회에서 최근 1회로 낮아졌다.

다만 연준은 오는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그에 따라 단기물보다 장기물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 베팅 강화

내년 미국 성장률 부진에 작년에 가장 인기 있었던 거래 중 하나인 일드 커브 역전 베팅이 돌아온 것도 금리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연준이 금융 환경을 너무 빠르게 조이면서 장기 성장률이 악화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적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장기물 채권을 사들이고 단기물 채권을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11bp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아졌고, 3년물과 5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견조한 노동시장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낮아진 점도 국채금리를 밀어 내리고 있다.

유가는 종종 채권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단기 전망 도구로 활용된다.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채권 가격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채권금리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11월에만 22%가량 하락했다. 이는 한 달 하락률로는 2008년 이후 최대였다.

악사 인베스터먼트 매니저스의 크리스 이고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를 가능성이 작아졌다"라며 "인플레이션이 갑작스럽게 오르지 않는다면 미 채권금리는 최근 거래 범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수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2% 올라 전달과 같았고,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1.8% 올라 9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10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2월 이후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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